수소사업 잠재력에 주목한 롯데케미칼과 SK E&S 등 국내 기업들이 관련 투자를 늘리며 미래 먹거리 준비를 강화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 감축에 나서면서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청정수소는 석유와 석탄 등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에너지원으로 각광받고 있어서다.
탄소중립의 핵심 '수소'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정책 시행으로 친환경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부터 시행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Inflation Reduction Act)이 대표적이다. IRA는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차 보급을 늘리고 태양광·청정수소 등 친환경에너지 확산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규모 보조금과 세액공제를 실시하는 것이 IRA의 골자다.
유럽도 이달 탄소국경제도(CBAM) 시행을 확정했다. 탄소국경제도란 철강·알루미늄·시멘트·비료·전력·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 탄소배출량 보고를 의무화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 제도다. 사실상 추가 관세로, '탄소세'라고도 불린다.
한국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노력 중이다. 정부가 밝힌 2030년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는 40%다. 이후 오는 2050년엔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탄소를 줄이기 위해선 결국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 현재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석유화학 및 정유, 철강, 해운업 등의 영역에서는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친환경에너지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블루수소와 그린수소 등 청정수소가 대표적이다. 이 중 가장 이상적인 에너지원이 그린수소다.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수력 등 친환경 발전으로 전기를 만들고 그 전기로 물을 분해해 만든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뿜어내지 않아 친환경적이고 자원 낭비 없이 끊임없이 재생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생산 단가가 비싸다는 것이 단점이다.
블루수소는 탄소 포집·저장 기술(CCS)을 활용해 천연가스에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수소만 따로 저장해 만든다. 화석연료인 천연가스를 분해해서 만드는 탓에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는 그린수소에 비해 환경 오염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선 낮은 수준이라 청정에너지원으로 분류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수소사업이 지속 성장해 2050년 전 세계 수소에너지 시장 규모가 2조달러(약 2679조원) 규모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소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을 시행하면서 친환경에너지원인 수소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면서 "앞으로도 탄소중립을 위한 범지구적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수소 사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내 기업들도 주목하는 수소 생태계
국내 기업들도 수소에 주목하고 있다. 수소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다. SK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총 18조5000억원을 투자해 수소 생산·유통·소비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쳐 가치사슬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K의 수소 사업은 SK E&S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SK E&S는 지난 1999년 도시가스 사업자로 출범했지만, 액화수소에 이어 블루, 그린수소까지 다루는 수소 생산기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SK E&S는 2025년까지 액화수소 연 3만t(톤)과 블루수소 연 25만t 등 수소 공급 능력을 연 28만t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SK E&S는 지난해 플러그파워와 손잡고 합작회사(JV)인 'SK플러그하이버스'를 설립했다. 플러그파워는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수전해 설비 업체로, SK E&S는 SK㈜와 2021년 1조85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의 최대주주(지분 10%) 자리에 올랐다.
또 한국중부발전과 5조원을 투자해 충남 보령에 연산 25만t 규모 블루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한다. 이곳엔 호주에 건설 중인 바로사 가스전에서 생산한 저탄소 LNG를 블루수소 생산에 투입해 국내 청정수소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최근엔 수소사업과 관련된 협력도 강화했다. 지난 25일 SK E&S는 '한미 첨단산업·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행사에서 HD한국조선해양, GE, 플러그파워와 '블루수소 생산·유통·활용을 위한 전주기 사업 투자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SK E&S와 수소터빈, 연료전지 및 수소충전소, 선박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한·미 기업들이 블루수소 사업에 대해 협력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SK E&S는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블루수소를 생산해 발전·모빌리티용으로 전국에 공급한다. GE는 고효율 가스터빈 관련 기술을 국내 발전소에 적용하고 상용화를 추진한다. HD한국조선해양은 대용량 액화 이산화탄소 운송 선박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건조할 계획이다. SK E&S는 이 같은 블루수소 생태계 구축에 6조7000억원의 대규모 직접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새로 생기는 일자리는 10만5000명 규모로 추산된다.
롯데케미칼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수소를 점찍은 기업이다. 롯데케미칼은 오는 2030년까지 총 6조원을 투자해 120만t 규모의 청정수소를 생산하고, 연 매출 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1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청정수소 연구를 위한 '탄소중립연구센터'를 설립하고 2024년까지 총 20억원의 연구비를 투자할 계획이다. 탄소중립연구센터에선 폐플라스틱 열분해 및 수전해를 통한 청정수소 생산, 청정수소 생산단가 최적화 및 탄소배출량 저감 등 청정수소 중심의 친환경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해외 기업과의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일본 스미토모 상사와 청정 수소·암모니아 생산에 공동 투자하고 관련 기술 상용화에 협력하고 있다.
지난 26일 롯데케미칼과 세계 최대 암모니아 생산 기업 CF인더스트리스는 미국 루이지애나 지역의 '청정 암모니아 생산협력을 위한 세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양사는 탄소포집기술(CCS)을 적용, 생산한 청정 암모니아를 한국애 공급·활용하기 위해 롯데케미칼의 글로벌 인프라와 'CF인더스트리스'의 암모니아 플랜트 운영∙유통 네트워크 역량을 총 동원할 예정이다.
황진구 롯데케미칼 수소에너지사업단장 대표는 "글로벌 청정수소 시장의 리딩 컴퍼니로 발전함과 동시에 국내 수소 산업의 조기 안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