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와 SK E&S가 국내 수소버스 보급에 앞장선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일반 승용차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버스의 친환경 연료 전환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수소버스를 적기에 보급하고, SK E&S는 올해부터 가동될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액화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수도권 버스, '수소'가 대세된다
7일 현대차와 SK E&S는 서울시청에서 서울특별시, 환경부, 티맵과 '수소모빌리티 선도도시 서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엔 한화진 환경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추형욱 SK E&S 대표이사 사장, 장재훈 현대자동차 사장,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에 따르면 공항버스, 시내버스, 통근버스 등을 포함해 2025년까지 700대, 2030년까지 1300여대의 수소버스가 서울시에 도입될 예정이다. 또 수소버스의 안정적 운행을 위해 다섯 곳의 수소버스 충전소가 설치된다. 특히 서울에서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을 오가는 경유버스를 오는 2030년까지 전량 수소버스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서울을 '수소모빌리티의 선도도시'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차·SK E&S, 수소버스에 '진심'
이번 협약에서 현대차는 2026년까지 수소버스를 적기 생산해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또 1일 500㎏ 규모의 청정수소 생산시설 설치 사업 등 국내 수소 생태계 조성에 나선다.
현대차는 일반버스 생산 라인을 축소하고 수소·전기차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 전주공장은 지난 3월부터 인력 조정과 일반 버스 생산라인을 축소해 전기·수소 초저상버스 생산량을 늘렸다. 특히 수소버스는 충전시간이 30분 이내로 전기버스보다 짧고, 주행거리는 600km 이상으로 길어 장거리 운행이 잦은 대중교통에 적합하다는 것이 현대차 측 의견이다.
올해부터 중국산 친환경 버스에 대한 보조금이 줄어든다는 점도 현대차가 수소·전기 버스 확대에 적극적인 이유다. 환경부는 그동안 전기 버스에 지급했던 7000만원의 보조금을 올해부터 배터리 밀도에 따라 차등 지급하도록 기준을 변경했다.
그동안 중국업체들은 저렴한 가격과 보조금을 앞세워 국내 버스 시장 점유율을 높여왔다. 하지만 중국산 전기 버스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사용한 탓에 배터리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 이 때문에 올해부터는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협약을 통해 일반 시내버스뿐 아니라 경유버스로 장거리 운행 중인 공항버스 등을 친환경 수소버스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대중교통의 친환경성을 높이고 온실가스 저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SK E&S는 수소버스의 연료인 액화수소를 안정적으로 생산·공급하고 충전 인프라를 적기에 구축·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액화수소는 비교적 밀도가 작은 덕분에 기체수소 대비 운송용량이 12배 많고, 충전시간은 절반 수준이다. 이 덕분에 버스·트럭 등 수소상용차의 연료로 주로 액화수소를 사용한다.
SK E&S는 올해 말 가동 예정인 인천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최대 연 3만t(톤) 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해 수소버스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 인천공항 2터미널 노선버스주차장에 수소 충전·저장시설 및 정비·세차시설 등을 갖춘 수소교통 복합기지도 조성할 계획이다.
추 사장은 "수소 대중교통의 도입은 수송부문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SK E&S는 올해 말부터 경쟁력 있는 액화수소를 공급해 친환경 수소버스 시대를 열어 가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