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아시아나 플랜B'는 정말 없는걸까

  • 2023.08.12(토) 09:00

[워치인더스토리]
산은, '아시아나 컨설팅' 발주…'플랜B' 논란
"플랜B 아니다" 부인…업계, 합병 무산 대비

/그래픽=비즈워치

워치인더스토리는 매주 토요일, 한 주간 있었던 기업들의 주요 이슈를 깊고, 쉽고, 재미있게 파헤쳐 보는 코너입니다. 인더스트리(산업)에 스토리(이야기)를 입혀 해당 이슈 뒤에 감춰진 이야기들과 기업들의 속내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확고한 의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에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습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산업은행의 행보 탓입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반드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성사시킨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선 일이 없었습니다. 업계와 시장 등에서도 산은의 '확고한' 신념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산은의 의지가 강했습니다.

실제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열린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합병 무산을 대비한 플랜B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올해 3분기 안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대해 "우리는 여기에 100%를 걸었다"면서 "무엇을 포기하든 성사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산업은행과 대한항공 모두 확고한 의지를 피력한 만큼 업계와 시장의 믿음도 강했습니다. 다소 이례적이라 할 만큼 산은 회장과 조 회장이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도 이런 믿음의 근거가 됐습니다. 산은 입장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HMM 매각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아시아나항공과 HMM을 하루빨리 정리해야 재무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작업은 난항에 봉착했습니다. 총 14개국의 관문을 넘어야 하는데 11개국은 통과했습니다. 다만 가장 중요한 EU가 문제입니다. EU 경쟁당국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국도 부정적입니다. 일본은 EU와 미국의 결정을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가장 높은 허들인 EU를 넘어야 합니다.

EU 벽을 넘어라…대한항공, '총력전'

대한항공은 현재 EU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EU가 가장 민감하게 보고 있는 경쟁 제한을 해소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EU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할 경우 유럽 노선에서 대한항공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여타 항공사들, 특히 유럽 항공사들이 승객 서비스나 화물 운송에서 영향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겁니다.

EU 입장에서는 당연한 논리입니다. 하지만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속이 탈 노릇입니다. 대한항공으로서는 EU의 관문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만큼 출혈을 감내하고라도 EU의 시선을 긍정적으로 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이 이미 내놓은 것 이외에 추가로 더 많은 유럽 공항 슬롯(특정 시간대 이착륙할 수 있는 권리)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여기에 화물 운송 부문도 일정 부분 내놓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옵니다. EU가 여객과 화물 운송의 경쟁 제한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한 만큼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최근 대한항공이 저비용 항공사인 티웨이항공에 화물 운송 사업 진출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EU는 현재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을 대체할 항공 화물 사업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합병할 경우 덩치가 더욱 커지는 만큼 아시아나항공이 하던 항공 화물 사업을 내려놓으라는 요구인 겁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게 여객기로는 노후했지만 화물기로는  충분히 활용 가능한 항공기들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아프지만 항공 화물 사업 일부를 내놓고 EU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는 겁니다.

'플랜B' 없다더니

그런데 갑자기 새로운 소식이 들렸습니다. 그동안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에 "'플랜B'는 없다"고 했던 산은이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대한항공이 EU의 조건에 맞추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는 가운데 나온 소식이라 충격은 더욱 컸습니다. 대한항공 내부에서도 "우리는 죽어라 뛰어다니고 있는데 플랜B가 말이 되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대한항공은 EU의 강화된 조건에 맞추기 위해 큰 출혈을 감수해야 합니다. 내부적으로도 수익성 악화에 대한 우려가 많습니다. 이런 마당에 산은이 합병 무산에 대비한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대한항공 내부 분위기가 격앙될 법도 합니다. 하지만 산은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해외 경쟁 당국의 벽에 막혀 계속 지연되니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야 했을 겁니다.

/그래픽=비즈워치

업계 등에 따르면 산은은 최근 삼일회계법인에 ‘아시아나항공 안정화 방안’ 컨설팅 용역을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제는 컨설팅 용역 대상입니다. 용역 대상에는 △아시아나가 제3자 매각에 나설 경우 해소해야 할 문제와 재무적 보완 사항 △제3자 매각 시 가능한 비용 절감 방안 △기업결합(합병) 장기화에 따른 아시아나의 사업 계획 및 자금수지 분석 등이 포함됐습니다. 누가 봐도 합병 무산에 대비한 플랜B 입니다.

산은은 플랜B의 존재에 대해 즉시 부인했습니다. 산은은 "기업결합이 진행 중인 현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 제3자 매각 준비 중’이라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삼일회계법인이 현재 수행 중인 용역은 아시아나항공이 포스트 코로나 시기에 항공시장 변화에 대비해 자금수지 점검 등을 진행 중인 것일 뿐 제3자 매각과는 무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지만 업계의 생각은 다릅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해외 경쟁 당국에 막혀 지지부진하자 산은이 재빨리 플랜B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껏 "플랜B는 없다"고 확언해온 만큼 플랜B 가동 시 부담은 있겠지만 합병 무산에 따른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플랜B를 가동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껏 산은이 내세운 명분이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최적의 대안이라는 점이었다"며 "하지만 합병 과정이 예상외로 지지부진하자 산은 내부에서도 위기감이 돌았고 그렇다면 하루라도 빨리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낫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플랜B의 존재에 대해서는 부인했지만 내심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인 겁니다.

/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만일 합병이 무산된다면 산은은 또다시 "아시아나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습니다. 대한항공과의 합병을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예기치 못한 변수로 제3자 매각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가능해집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산은으로서는 당연한 선택"이라면서 "현재 산은이 대한항공의 입장까지 고려할 처지가 아니다. 어떻게든 빨리 정리하고 싶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산은의 플랜B 여부는 조만간 밝혀질 겁니다. 현재의 분위기로 봐서는 EU 경쟁당국의 반대에 막혀 합병이 최종 무산된다면 플랜B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입니다. 반면 합병이 성사되면 플랜B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겁니다. 키(Key)는 EU 경쟁당국이 쥐고 있습니다. 현재 EU의 최종 결론 날짜는 당초 지난 3일이었다가 또다시 연기된 상태입니다. 산은의 플랜B는 정말 있는 걸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