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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섬간판 내린다]③태광산업, 10조투자 빨리 이뤄져야

  • 2023.12.01(금) 16:36

최근 6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 기록
사업구조 개선에 10조원 투자 계획

/그래픽=비즈워치

전통적 화학섬유 산업에 그림자가 사라지지 않는다. 위기를 몰고 온 팬데믹은 끝났지만,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현상이 지속되면서 불황의 연속이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대책 마련에 한창이다. 주요 기업별 생존 전략과 전망을 살펴봤다. [편집자]

태광그룹의 석유화학·섬유 계열사 태광산업의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화학섬유를 중심으로 한 기존 사업 구조의 수익성이 떨어진 영향이다. 이에 태광산업은 사업구조 개선과 신사업 물색에 나섰다. 그 일환으로 길었던 침묵을 깨고 지난해 말 사업구조 '대수술'을 위해 총 10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에선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태광산업이 투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태광산업 측은 내부 유보금,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충분히 조달 가능한 수준의 투자금이라는 입장이다. 구체적인 투자 계획과 자금 조달 방안 역시 시장 상황이 안정되면 발표할 예정이다.

길어지는 부진…6분기 연속 적자

태광산업은 올 3분기 매출 5901억원, 영업손실 313억원을 거뒀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8.3% 감소했지만 적자폭을 168억원 줄였다. 지난해 2분기 적자전환한 이후 6개 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44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태광산업 실적 / 그래픽=비즈워치

적자가 지속되면서 태광산업의 누적 실적도 급감했다. 태광산업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1조7657억원, 영업손실 844억원, 당기순이익 46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5.2%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152.7% 늘었다. 

전방 산업인 석유화학 시장 불황이 계속되면서 폴리에스터, 아크릴 등 태광산업의 주요 품목의 매출이 부진했던 것이 원인이다. 

실제 태광산업의 주요 제품인 고순도테레프탈산(PTA)과 아크롤로니트릴(AN)은 최근 수요 감소로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PTA는 폴리에스테르 섬유의 원재료로 사용되며, AN은 아크릴섬유 등의 주원료다. 태광산업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PTA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844달러에서 789달러로 하락했고, AN 가격 역시 1707달러에서 1365달러까지 내려왔다.

업계 관계자는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으로 소비시장이 위축된 탓에 화학섬유가 주력인 태광산업의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며 "다만 중국이 개방 정책을 펼치면서 아웃도어 의류 원료인 스판덱스 등의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하면서 적자폭은 줄인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대규모 사업조정…석유화학·섬유 10조 투자

부진이 길어지자 태광산업은 사업 조정에 돌입했다. 수익성이 떨어진 기존 사업은 정리하고 아라미드 등 신규 사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우선 올해 8월을 끝으로 방적 사업에서 손을 뗐다. 사업환경 악화와 수익성 부진이 이유였다. 실제 지난해 태광산업 방적 사업이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6%에 불과했다. 

태광산업은 그동안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2011년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로 사법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신규 투자를 줄여서다. 

실제 최근 태광산업이 발표한 투자 계획을 살펴보면 지난 2021년 AN 사업 확대를 위해 LG화학과 합작법인 '티엘케미칼' 설립에 728억원을 투자한 것과 지난해 울산 아라미드 공장 3500톤(t) 규모 증설에 1450억원을 투자한 것이 전부다.

하지만 실적 부진이 계속되자 태광산업은 올해를 공격적인 투자 원년으로 삼았다. 조진환·정철현 태광산업 공동 대표이사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신사업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태광산업은 지난해 12월 향후 10년동안 총 1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시했다. 이 중 6조원을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부문에 배정했다. 석유화학 부문 투자금 6조원 중 4조원은 친환경 및 고기능성 소재를 중심으로 한 신사업에 투입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나머지 2조원은 촉매기술 내재화 등 기존 공장의 설비 및 환경개선에 사용될 예정이다. 

남은 4조원은 스판덱스와 나일론 등을 생산하는 섬유 부문에 배정했다. 4조원 중 1조5000억원은 신사업에 쓰고, 2조5000억원은 스판덱스 및 아라미드 공장 증설과 노후 설비 교체 등에 투입될 전망이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개별 투자 내용과 자금 조달 방식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태광산업 현금성자산 추이 / 그래픽=비즈워치

업계에선 태광산업이 적자를 이어가자 투자금 조달에 의구심을 표출했다. 태광산업의 계획대로 5년간 8조원의 투자를 위해서는 1년간 평균 1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태광산업의 총 현금성자산은 1조2601억원으로, 투자금 집행을 위해서는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최근 적자가 지속된 탓에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현금으로 향후 투자금을 충당하기도 어렵다. 최근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어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올 경우 이자 부담도 높은 상황이다.

실제 태광산업의 지분 5.8%를 보유한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의 투자 계획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태광산업 측은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현금보다 낮은 수준의 차입금을 유지하는 무차입경영 기조를 이어왔고,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아 높은 수준의 재무건전성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태광산업의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17% 수준이다. 통상적으로 100~200% 수준을 기업의 적정 부채비율로 평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태광산업은 낮은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태광산업은 투자금 조달 방안 역시 세부 투자안이 확정되면 발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10조원 투자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거나 취소할 계획은 없으며, 적지 않은 금액을 투자하고, 10년 단위 계획을 발표하는 만큼  내부에서 신중하게 시기와 방법을 조율하고 있는 상태"라며 "그러면서도 사업 조정의 일환으로 올해 계획된 방적 사업 철수나 투자 일정 등은 모두 예정대로 집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금 조달 계획은 세부 투자계획을 세운 이후 발표할 예정으로, 그 시장에 맞춰 내부 유보금을 사용하거나 외부 차입, 자산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해 투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라며 "내부적으론 자금 조달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라고 덧붙였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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