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정제마진 하락 등 여파로 석유 사업부문 영업이익이 70% 이상 급감한 탓이다. 배터리 사업에선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여전히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다만 해당 부문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0% 이상 개선됐다는 점에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석유사업 영업익, 전년比 2.5조 급감
SK이노베이션이 지난해 연간 매출 77조2885억원, 영업이익 1조9039억원을 기록했다고 6일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익 각각 0.98%, 51.4% 감소한 규모다.
사업 부문별로는 △석유-매출 47조5506억원·영업이익 8109억원 △화학-매출 10조7442억원·영업이익 5165억원 △윤활유-매출 4조6928억원·영업이익 9978억원 △석유개발-매출 1조1261억원·영업이익 3683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 중 석유 사업의 영업익 감소 폭이 가장 컸다. 3조3911억원을 냈던 전년 대비 2조5802억원(76.1%) 급감했다. 지난 한 해 정제마진의 약세,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이 주효했다.
올해는 반등을 노린다. 정제마진 강세에 힘입어 올해 석유사업 시황이 개선될 것이란 관측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산유국 연합인 오펙플러스(OPEC+)의 추가 감산 대응 가능성, 중국 경기부양책 등 영향으로 올해 정제마진은 강세를 보일 것"이라며 "특히 중국·동남아 지역의 여행 수요가 회복되면서 역내 경유 및 항공유 중심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SK온은 지난해 연간 매출 12조8972억원, 영업손실 5818억원을 냈다. 전년 대비 약 70% 증가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했으나 흑자전환을 이루지 못하면서 아쉬움이 남았다.
다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41.3% 상승, 원재료 가격 하락에 따른 역래깅 효과에도 불구하고수익성 개선세를 이어갔다는 점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해외 공장 수율 향상 등 생산성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면서 경쟁력이 강화됐다. 이로 인해 법인 비용 절감에 따른 원가 감소 효과로 영업 손실률이 최소화, 수익성 개선이 가능했다.
기존 고객과 신규 고객 등으로부터 수주가 늘면서 지난해 말 수주 잔고는 400조원 이상에 달했다. 이에 중장기 가동률과 수익성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SK온 수주잔고 400조…올 하반기 BEP 타깃"
SK온은 수익성 집중을 통한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한다. 올해 하반기 이후 미국 중심의 본격적 성장을 노린다는 포부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글로벌 전기차 수요는 단기적으로 소폭 둔화 예상되지만, 장기적으로는 각국의 연비 규제 등으로 지속 성장할 것"이라며 "올해 상반기엔 출하량 감소 및 메탈가 하락에 따른 래깅 영향으로 수익성이 다소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김 CFO는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재고 소진에 따른 출하량 증가, 기준 금리 인하, 전기차 신차 라인업 확대 등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며 "이 기간 매출 증가 및 원가 개선 등을 통해 손익이 개선, 하반기엔 영업이익 손익분기점(BEP)을 타깃으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집행될 전사 설비투자(CAPEX)로 약 9조원을 예상하고 있다. 장기 경쟁력 확보를 위해 7.5조, 경상투자 및 전략 투자에 1.5조를 각각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사업별로는 배터리에 집행될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SK이노베이션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사주 전량을 소각키로 했다. 소각 물량은 총 491만9974주로 장부가 기준 7936억원 규모다.
이는 기존 발표한 배당성향 30%를 웃도는 주주 환원 정책이다. 지난해 실적 기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환원율은 319%다. SK이노베이션은 향후에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한다는 복안이다.
김진원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대외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 안정적 재무구조를 갖추겠다"며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