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이 29일 영면에 들었다. 향년 89세. 재계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1935년 경남 함안 출생인 조 명예회장은 고(故)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지난 1981년 회장에 취임해 36년간 효성그룹을 이끌었다. 7년 전인 지난 2017년 고령과 건강상의 이유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조 명예회장은 '기술 경영'을 통해 효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일본 와세다대학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하고 미국 일리노이 공과대학원에서 화공학 석사 학위를 받는 등 공학도로서의 면모를 보였던 그는 대학교수를 꿈꾸다 1966년 효성의 모태인 동양나이론 사장을 맡으며 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조 명예회장 주도로 효성은 '섬유의 반도체'로 불리는 스판덱스를 독자개발한 것을 비롯해 타이어코드, 아라미드, 탄소섬유 등 신소재 분야에서 리딩기업으로 도약했다. 1971년 민간 기업 최초의 연구소인 효성기술원을 출범시켜 6000건에 이르는 특허를 출원시킨 혁신의 산실로 만들었다.
재계에서는 허례허식 없이 소탈한 품성의 경영인으로 꼽힌다. 출장 후 귀국 길에 임원들이 가방을 대신 들어주려고 하자 "내 가방은 내가 들 수 있고 당신들이 할 일은 이 가방에 전략을 가득 채워주는 것"이라고 한 일화는 유명하다.
한편, 조석래 명예회장의 유족으로는 부인 송광자 여사,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차남 조현문 전 효성 부사장, 삼남 조현상 효성 부회장 등이 있다.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 내달 2일까지 5일장으로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명예장례위원장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되며 영결식은 내달 2일 오전 8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