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고려아연이 투자한 사모펀드 운영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이하 원아시아)의 투자 규모와 속도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 배경엔 원아시아 대표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개인적 인연이 있다는 게 MBK 측 주장이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정상적인 경영판단에 따라 펀드 출자자(LP)로서 투자한 것"이라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악의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MBK의 주장에 대해선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23일 비즈워치는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에 대한 팩트체크를 해봤다.
원아시아는 어떤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5월30일에 설립됐다. '금융감독원 기관 전용 사모펀드 통합 현황'에 따르면 원아시아파트너스는 2023년 12월 말 기준 8개 사모투자펀드(PEF)를 결성했고, 운용자산(AUM)은 6938억원이다.
고려아연의 2023~2024년 사업 보고서를 보면,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설립 4개월 만인 2019년 9월 951억원짜리 코리아 그로쓰 제1호 PEF를 만들었다. 이 PEF는 고려아연이 총 약정액 중 94.64%인 900억원을 부담했다. 이후에도 고려아연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설립한 모든 PEF에 대해 출자 약정을 체결했고,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설립한 총 8개 펀드 약정액(6938억원)의 87%인 6041억원을 고려아연이 투자했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코리아 그로쓰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94.64%) △저스티스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99.20%) △탠저린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99.38%) △그레이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99.64%) △하바나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99.82%) 등 총 5개 회사에 대해 90%가 넘는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나, 올 상반기 △저스티스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탠저린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하바나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의 경우 당반기 중 청산절차가 종료됐다.
"단순투자" vs. "이례적 투자"
20일 영풍은 "최윤범 회장은 원아시아에 이사회 결의도 없이 5600억원을 투입했고, 이 돈이 본업과 관련없는 곳(SM엔터테인먼트)에 투자됐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이어 "8개의 펀드 중 4개의 펀드에서 1378억 원의 손상차손을 입었다"고 추정했다.
앞서 김광일 MBK 부회장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원아시아가 운용하는 8개 펀드 중 5개 펀드는 고려아연 출자금이 90% 이상"이라며 "하나의 기업이 90% 이상의 출자금을 부담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삼일PwC경영연구원이 지난해 발간한 'K-PE의 현주소'를 보면 2022년 말 기준 사모펀드 투자자 구성은 △금융기관 74.3% △일반 법인 22.5% △개인 3.2% 등이다. 고려아연이 특정 사모펀드에 90% 이상 투자하는 것을 이례적으로 볼 여지는 있는 셈이다.
고려아연과 같이 '하나의 기업이 PEF에 90% 이상 출자하는 경우는 기업형밴처캐피탈(CVC)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한 기업의 전략적 방향성이 일치하는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CVC를 활용하고, 이 기업의 최고 경영진 또는 이사회가 투자에 대해 최종 승인한다. 하지만 원아시아는 고려아연의 전략적 방향성과 다른 엔터테인먼트에 투자했다.
투자 속도도 쟁점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은 원아시아가 SM엔터 주식을 취득하기 위한 하바나1호 펀드를 조성한다는 보고를 받은 지 하루 만에 1017억 원을 사실상 단독 출자했다"고 전했다.
고려아연 측은 원아시아 투자에 대한 단순한 회사의 자산운영 투자라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잉여 현금을 가지고 수익성이 많이 날 것 같은 금융 상품에 투자한 것 뿐"이라며 "투자 당시 펀드에 투자한 자금의 규모와 관리상의 문제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문제가 있는 펀드는 청산하고 있고 당장 청산이 어려운 펀드에 대해서는 충당 부채를 설정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하바나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 투자에 대해선 "고려아연의 본업과 관련이 낮은 기업에 투자가 집행됐다는 이유를 들어 비판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일정 시기에 일부 손실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그 결과만으로 투자 결정이 잘못된 것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반박했다.
투자 배경은?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이례적인 원아시아 투자의 배경으로 최 회장과 지 회장의 개인적 친분을 꼽고 있다. 최근 SM엔터 시세조정 재판에서 "지창배 대표가 최윤범 회장과 중학교 때부터 가장 친한 친구"라는 진술이 나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려아연은 MBK의 주장에 대해 악의적이고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이라고 일축하며 강력한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SM엔터테인먼트 투자 관련 시세조종 의혹 부분은 이미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가 충분히 진행됐고, 재판까지 진행 중인 사안"이라며 "이 사건으로 당사의 재정적 손실을 야기한 점에 대해서는 원아시아가 관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