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탄올 혼합 휘발유의 성능은 초고속 주행을 하는 자동차 경주대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8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모터스피드웨이를 방문했다. 이날 이곳에서는 나스카(NASCAR·National Association for Stock Car Auto Racing) 플레이오프가 열렸다. 수많은 깃발이 경기장을 돋보이게 했고, 입구부터 늘어선 수백 대의 캠핑 트레일러가 열기를 전달했다.
나스카는 에탄올 혼합 휘발유만을 연료로 사용하는 대표 자동차 경주대회다. 에탄올을 15% 혼합한 휘발유(E15)를 채택하고 있는데 그 역사가 올해로 14년이다.
경기 3시간 전 트랙으로 내려가 보니 '공식 연료(Official fuel of NASCAR)'라고 적힌 천막이 보였다. 출전 차량에 E15를 후원하는 공식 주유소다. 모든 출전 차량은 여기서만 주유해야 한다. 천막 아래에선 숙련된 직원이 E15 연료를 일부 추출해 순도 등을 검사하고 있었다. 연료에 문제가 없음을 재차 확인하는 작업이다.
경기 전 만난 레이싱팀 소속 오스틴 딜런은 "E15 도입 후 지금껏 연료로 문제가 된 적은 없었다"면서 "첨가물을 넣지 않아도 옥탄가가 높아 고성능 차 운전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3번 차량 드라이버였다.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오후 3시. 쾅쾅 터지는 엔진 소리와 함께 경기가 시작했다. 출전한 38팀은 군집을 이루며 총 260바퀴 완주를 위한 여정에 돌입했다. 트랙 한 바퀴는 2.5km. 관중 7만명의 시선은 일제히 트랙과 전광판으로 쏠렸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실시간으로 뒤바뀌는 순위를 보며 응원 목소리를 높여갔다.
경기 중반으로 접어든 120바퀴째 선두 차량 속도가 나왔다. 시간당 180마일. 환산하면 시속 284km 이상이다. 속도는 경기 후반으로 갈수록 빨라졌고 경쟁이 불붙은 막바지에는 시속 300km에 다다랐다.
빠른 속도만큼 경기 내내 엄청난 굉음도 지속됐다. 경기장의 묘미는 속도를 청각으로도 느낄 수 있다는 것. 관중들은 귀마개나 헤드셋을 꼈다 빼면서 경기를 즐겼다. E15로도 충분한 힘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나스카 출전팀은 "에탄올 혼합유는 전기차에 비해 모든 면에서 더 합리적"이라면서 "현재는 E15이지만 E35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