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2시 35분.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토요타 자동차가 화려한 드리프트 기술을 선보이며 무대에 들어섰다. 드라이버는 모리스 선수. 바로 레이싱 마니아로 알려진 아키오 토요타 회장이다. 조수석에서는 하늘색 헬멧을 쓴 남성이 하차했다. 바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다.
정의선 회장과 아키오 회장이 마침내 공개석상에서 만났다. 평소 왕래를 주고받던 사이지만 공식 석상에 함께 모습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정 회장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아키오 회장의 운전 실력에 감탄했다. 정 회장은 "오늘 운전하시는 거 보니까 더 많은 신뢰가 가고 역시 모든 걸 잘하신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는 양사가 함께 추진한 첫 랠리 페스티벌이다. 시작은 올해 1월 아키오 회장이었다. 양사 모두 아시아 권역에서 자동차 레이스를 진행하는 업체인 만큼 이번에 함께 페스티벌을 열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정 회장은 곧바로 수락했다. 평소 레이싱에 깊은 애정을 갖고 있고 이번 행사를 계기로 아시아에 모터 스포츠 문화가 더 자리잡았으면 좋겠다는 기대였다.
정 회장은 "토요타와 함께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계속 도전해 더 많은 분들이 자동차 운전을 즐길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키오 회장은 "토요타와 현대가 함께 손을 잡고 더 나은 사회, 그리고 모빌리티의 미래를 만들어 가고 싶다"며 화답했다.
사실 이번 행사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두 그룹 동맹의 단초가 될 것이란 업계의 예상이 나오고 있다. 두 그룹 모두 미래 성장 동력으로 수소 분야를 보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수소차 시장 점유율 1위, 토요타는 2위다.
아울러 현대차는 2030년까지 수소차와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11조1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고, 토요타도 하이브리드에 이어 수소차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다.
하지만 수소차는 현재 기술적 한계와 충전 등 부족한 인프라와 높은 가격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완성차업계는 경쟁사와 손잡고 위기를 헤쳐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그런 만큼 업계는 이번 두 회장의 만남이 수소 모빌리티 협력안을 내놓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정 회장과 아키오 회장의 만남 이후 현대차와 토요타가 수소차 공동 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도 감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지난 6월 합의한 '수소공급망 개발 워킹그룹'도 두 회장이 만나게 된 요소로 지목하고 있다.
한편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 그룹) 회장도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