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업계 최초로 300단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 지난해 8월 관련 기술을 선보인 지 약 15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제품 공급을 시작해 점차 제공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세계 최고층인 321단 1Tb(테라비트) TLC(트리플레벨셀) 4D 낸드 플래시 양산을 시작했다고 21일 밝혔다.
낸드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셀을 수직으로 쌓아 올려 데이터 용량을 늘리는 적층 기술이 경쟁력의 핵심이다. 셀을 더 높은 단수로 쌓으면 하나의 칩으로 더 큰 용량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도체 업계에서는 기술 장벽의 한계로 여겨졌던 '200단' 이상의 낸드 단수 쌓기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6월 238단 낸드를 생산한 데 이어, 삼성전자는 올 4월 290단으로 추정되는 9세대 V낸드 양산에 돌입한 바 있다. 300단 이상의 낸드 양산은 SK하이닉스가 최초다.
SK하이닉스의 321단 제품은 기존 세대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는 12%, 읽기 성능은 13% 향상된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 읽기 전력 효율도 10% 이상 높아졌다.
이는 '3-플러그' 공정 기술이 새롭게 도입된 덕이다. 이 기술은 여러 층의 기판을 쌓은 뒤 세 번에 나누어 수직 구멍을 낸 뒤, 최적화된 후속 공정을 거쳐 3개의 플러그를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변형을 줄인 저변형 소재를 개발하고, 자동 정렬 보정 기술을 도입했다는 게 SK하이닉스 측 설명이다.
이전 세대인 238단 낸드의 개발 플랫폼을 321단에도 적용해 공정 변화를 최소화함으로써 이전 세대보다 생산성도 59% 향상됐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부터 321단 제품을 고객사에 공급해 시장 요구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어 AI향 저전력 고성능 신규 시장에도 적극 대응해 활용 범위를 점차 넓혀갈 계획이다.
최정달 SK하이닉스 최정달 낸드개발담당 부사장은 "300단 이상 낸드 양산에 가장 먼저 돌입하며 AI 데이터센터용 SSD, 온디바이스 AI 등 AI 저장장치 시장을 공략하는 데 유리한 입지를 점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HBM으로 대표되는 D램은 물론, 낸드에서도 초고성능 메모리 포트폴리오를 완벽하게 갖춘 AI 메모리 공급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