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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재 기업 엘앤에프가 지난해 5000억원대 영업손실을 기록, 2년 연속 적자를 냈다. 전방산업 수요 둔화에 따라 출하량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엎친 데 덮친 격 원자재인 메탈 가격이 폭락하며 판매가격이 하락, 수익성 급감으로 이어졌다.
엘앤에프는 연결기준 지난해 연간 매출 1조9075억원, 영업손실 5102억원을 기록했다고 5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대비 58.9%, 영업이익은 129.5% 감소한 수치다. 전기차 캐즘으로 지난 2023년 적자 전환한 후 적자 폭이 확대됐다. 2년간 이어진 적자 규모는 7000억원을 웃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284%까지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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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수요 둔화로 출하량이 줄었고 메탈 가격이 변동된 탓이다. 특히 리튬 가격이 지난해 초 킬로그램(㎏)당 100위안 안팎에서 하반기 70위안으로 30%가량 떨어졌다. 리튬은 양극재 원가의 최대 70%를 차지하는 핵심 원료다.
양극재 기업들은 배터리 제조사와 광물 가격 변동분을 일정 시차를 두고 양극재 판매가격에 연동하는 계약을 맺는다. 통상 판매 시점의 광물 가격을 기준으로 제품 가격이 연동되는 구조다.
문제는 비싸게 광물을 사놓았는데 갑자기 가격이 내려갈 때다. 비싼 값에 사들인 광물로 양극재를 만들고 판매할 때에는 보다 저렴하게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손실로 이어진다. 이를 '역래깅'이라 부른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1498억원 영업손실을 기록, 적자가 이어졌지만 매출과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각각 3.9%, 11.0% 증가했다. 3분기를 저점으로 회복세에 진입한 모습이다.
"美 LFP 생산 검토…자금 충분"
엘앤에프는 실적 개선을 위해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함께 생산 유동화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실적발표 후 이어진 컨퍼런스콜에서 엘앤에프는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를 미국서 직접 사업화하는 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류승헌 엘앤에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트럼프 정권에서 나오는 규제를 유연하게 접근하기 위해선 국내와 미국 투 트랙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이르면 올해 2분기 중에는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류 CFO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 흐름 잔액은 2600억원 정도"라며 "만일 상반기 중 당장 미국 진출을 하더라도 추가 증자나 자금 확보를 하지 않고도 진행을 할 수 있을 만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오는 2027년까지 LFP 양극재의 매출 비중을 전체의 25%까지 끌어올림과 동시에 프리미엄 제품인 하이니켈 양극재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향후 당사 제품군은 프리미엄 제품인 '울트라 하이니켈'과 중저가 라인 'LFP' 등 2개의 축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2027년 기준 하이니켈 양극재 매출 비중을 약 75%, 중저가 시장의 메인이 될 LFP 양극재는 약 2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엘앤에프는 지난해 세계 최초 46파이용 니켈 함량 95% 양극재 양산에 이어 2170(지름 21㎜·높이 70㎜) 원통형 배터리용 니켈 95% 신제품 납품을 준비 중이며, 올해 1분기 말부터 출하할 예정이다.
아울러 국내외 고객사와 LFP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 해외우려기관(FEOC)이 아닌 국가에서의 최초 LFP 대량 양산을 계획 중이며, 오는 2026년 양산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