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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바삐 돌아가는 삼성의 HBM 반격 시계

  • 2025.05.13(화) 09:31

4나노·하이브리드 본딩…벼랑 끝 승부수 던져
기술보다 빠른 건 추격…"中 변수 경계해야"

/그래픽=비즈워치

33년 만에 D램 왕좌를 내준 삼성전자. SK하이닉스·TSMC·마이크론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사이, 삼성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전선에서 잇따라 밀리며 '도전자' 위치로 내려앉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건 아닙니다. 삼성은 HBM4라는 승부수를 꺼내 들고 반격에 나섰습니다. 초격차 복원을 노리는 삼성의 HBM4 전략, 과연 반도체 패권 구도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요.

'하이닉스-TSMC-마이크론' 삼각포위…벼랑 끝 승부수

삼성전자 및 SK하이닉스 반도체 실적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올해 1분기 삼성전자는 반도체(DS) 부문서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습니다. 1년 전보다 42%, 직전 분기보다 62% 줄어든 규모였죠. 반면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는 7조4405억원을 벌어들였습니다. 양사 간 격차는 7배.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갈린 희비였습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HBM3E 12단 고객 인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요 고객사인 엔비디아가 퀄리피케이션(품질검증)을 미루는 사이 HBM 판매가 전 분기보다 줄어들었죠. 

반면 SK하이닉스는 HBM3E 12단을 앞세워 엔비디아 등 AI 고객사에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하며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올 1분기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점유율은 70%, 삼성전자의 2배를 웃돕니다.

삼성은 33년 만 처음으로 D램 시장 1위 자리마저 내줬습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36% 점유율로 1위를 기록했고 삼성전자는 2위로 밀렸습니다. AI 시대의 핵심인 HBM이 수익성과 시장 지배력을 동시에 뒤흔든 셈입니다.

2025년 1분기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그래픽=비즈워치

고개를 들어보니 TSMC와의 격차도 벌어졌습니다. 1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은 25조1000억원, TSMC는 약 37조원인데요. 이에 격차는 10조원이 넘었습니다. 지난해 3분기 3조원, 4분기 8조원이던 격차는 계속 가팔라지고 있죠. TSMC가 엔비디아 AI 칩 생산을 사실상 독식하는 사이 삼성은 아직 공급망에 발도 못 들였기 때문으로 읽힙니다. 

후발주자로 평가받던 마이크론도 빠르게 전진 중입니다. 마이크론은 HBM3E 12단으로 엔비디아 인증을 통과, 차세대 AI 가속기 'GB300'에 탑재될 제품을 양산 중입니다. HBM3E 8단에 이어 12단까지도 삼성보다 앞서 기술력을 입증한 셈입니다.

삼성전자는 아직 '도전자' 위치에 머물러 있습니다. 올 초 전영현 DS부문 부회장이 직접 미국으로 날아가 젠슨 황 CEO를 만났지만, 상반기 내 인증 목표는 불투명합니다. 업계 내에선 "삼성이 올 하반기에도 HBM3E 납품에 실패할 경우 시장 판도는 더욱 냉정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옵니다. 

HBM4부터 잡는다 '하이브리드 본딩' 선점

삼성전자는 HBM3E에서 밀렸지만, HBM4로 전세를 뒤집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미 글로벌 주요 고객사와 '커스터마이징 HBM4' 공급 협상에 들어갔다는 입장인데요. 납품 목표 시점은 내년 상반기. 반격의 시계는 이미 돌아가고 있습니다.

핵심은 '차별화'에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HBM4의 베이스다이를 자사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으로 직접 제작하고, 적층 구조엔 '하이브리드 본딩'을 선제 적용해 메모리와 로직을 하나의 패키지로 통합하는 전략을 구사합니다. 

이처럼 핵심 공정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모두 자체 기술로 구현하는 건 경쟁사들과 비교되는 삼성전자만의 결정적 우위로 평가됩니다.

특히 패키징 기술이 주도권 싸움의 전장이 될 전망입니다. SK하이닉스는 '하이브리드 본딩'을 2026년 출시 예정인 HBM4E부터 도입할 계획이지만, 삼성은 이를 HBM4에서 선제 적용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는데요.

하이브리드 본딩 공정 특징./그래픽=비즈워치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과 칩을 '범프' 없이 직접 접합하는 초정밀 기술로 △데이터 전송 거리 단축 △전력 소모 감소 △패키지 두께 축소 등 3가지 혁신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업계가 "하이브리드 본딩은 메모리 반도체 판도를 뒤흔들 게임체인저"라고 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기존 범프 방식 대신 금속(Cu)과 산화막(Oxide)을 동시에 접합하는 이 기술은 신호 전달 효율과 발열 제어 등에서 구조적인 혁신이 가능합니다.

이전까진 수천 개의 미세 범프를 이용해 칩을 연결했지만 하이브리드 본딩은 칩을 표면 간 직접 접합, 연결 단자를 수십만 개 수준으로 끌어올립니다. 그 결과 전기 저항은 줄고 신호 손실은 최소화되죠. 열 분산 효과 역시 탁월해 고속·고적층 메모리 구현에 최적화된 구조입니다.

업계는 하이브리드 본딩이 향후 수년간 고부가 메모리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를 HBM4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킬 경우, HBM 시장의 축은 다시 삼성 쪽으로 기울 수 있겠죠.

"낙관은 금물"…기술완성도 시험대

다만 전제가 있습니다. 기술 성숙도는 물론 수율, 고객 인증 등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은데요.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아직 HBM3E 양산조차 순조롭지 않은 상황에서 HBM4에 대한 낙관은 이르다"며 "양산성·품질·신뢰성 등 수많은 실전 검증을 통과해야 비로소 경쟁력이 입증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의 추격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반 낸드 제품을 'Xtacking' 브랜드로 이미 상용화, 관련 특허도 다수 확보하고 있죠. 문제는 중국의 이러한 기술 진보가 HBM 영역으로까지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이 교수는 "중국 기업들이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HBM에 성공적으로 이식해낼 경우 삼성전자엔 강력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해당 공정은 난이도가 상당히 높지만, 패키징 기술 특성상 따라잡힐 가능성 또한 결코 낮지 않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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