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그룹이 하드웨어 중심 사업의 판을 바꾸기 위해 '피지컬 AI'라는 새 카드를 꺼내들었다.
13일 두산은 하드웨어에 탑재된 인공지능(AI)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피지컬 AI(PAI)' 분야에 본격 투자하고 지주 부문에 피지컬 AI 혁신 담당 조직인 'PAI 랩(Lab)'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피지컬 AI는 사람처럼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AI를 실제 기계나 로봇에 적용해 다양한 작업 환경에서 스스로 상황을 파악하고 움직이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실제 기계나 로봇의 작업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에 산업 현장에서 활용도가 높다.
글로벌 빅테크가 주도해 발전하는 일반적인 AI 기술·제품과는 달리 피지컬 AI는 특정 산업을 실제로 운영해본 경험과 기술이 있어야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게 두산의 설명이다. 공장에서 쓰는 로봇이나 건설기계처럼 실물 장비를 AI로 움직이려면 단순한 알고리즘이 아니라 현장 데이터와 전문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두산은 이를 위해 자사 핵심 사업과 맞닿은 피지컬 AI 개발에 먼저 투자하고 로봇·건설기계·발전설비 등 하드웨어 중심의 산업 생태계를 AI로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예컨대 두산로보틱스가 만든 협동로봇은 그동안 단순 반복작업을 도와주는 수준이었지만 피지컬 AI가 접목되면 환경이 달라져도 스스로 판단하고 적응하는 똑똑한 로봇으로 바뀔 수 있다.
두산밥캣의 건설기계는 자율주행을 넘어 기계가 스스로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수준으로 진화하는 것이 목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발전기기 역시 발전소 안의 다양한 기기들이 서로 상황을 주고받으며 자동으로 효율을 높이는 구조로 바뀔 수 있다.

이런 기술력 확보를 위해 두산은 지난달 미국 스탠퍼드대의 '휴먼센터드 AI(HAI)' 연구소와 손을 잡았다. 스탠퍼드 HAI가 산업재 기업과 산학협력을 맺은 건 두산이 처음이다. 두산은 이를 통해 피지컬 AI 관련 공동 연구와 인재 교류를 진행하고 글로벌 AI 인재 영입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이와 함께 AI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에도 전략적으로 투자하면서 그룹 차원의 기술 내재화와 생태계 확장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두산 관계자는 "PAI 랩을 이끌어갈 리더로 글로벌 AI 학계·업계 내 구루(guru)급 인재 영입을 계획 중"이라며 "PAI 랩을 중심으로 각 계열사와 유기적인 협업을 통해 각사 사업영역과 관련 있는 피지컬 AI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새 사업 모델 발굴과 포트폴리오 확장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