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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철강 감산에 반덤핑 '철벽'…韓 철강업계 회복 신호탄 쏘나

  • 2025.06.27(금) 15:55

정부, 中 후판에 5년간 21.6% 관세 부과
中 조강 생산 감소에 공급과잉 완화 조짐
미국發 관세 인상 변수로…7월8일 분수령

그래픽=비즈워치

중국발 공급 과잉과 저가 수입 공세에 눌려왔던 국내 철강업계가 오랜만에 숨통이 트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감산 전환과 정부의 반덤핑 관세 확정이 시장 방어에 일부 효과를 내면서다. 

여전히 복병은 남아 있다. 미국이 예고한 고율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 철강업계는 수출 타격을 피하기 어렵다. 회복 흐름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대미 협상에서 한국이 어떤 유예·면제 조건을 끌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산 저가 밀려나자…국산 후판 16개월 만에 '최고치'

27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중국산 스테인리스스틸 후판에 21.62%의 반덤핑 관세를 향후 5년간 부과하기로 최종 확정했다. 

산업부 무역위원회는 해당 제품의 덤핑 사실과 국내 산업에 대한 실질적 피해를 인정했고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관세 부과 건의안을 수용했다. 이 품목은 기존 기본관세율 8%가 적용되던 제품이었으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 따라 사실상 무관세로 유입돼왔던 대표적 저가 수입재다.

이 품목에는 올해 3월부터 동일 비율의 잠정 관세가 이미 부과돼 왔으며 이번 결정은 이를 제도적으로 고정화한 조치다. 

관세 부과로 가격 장벽이 높아지면서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지난달 기준 6만2000톤으로, 1년 전(16만7000톤)보다 약 63% 급감했다. 명목소비량 대비 수입 비중도 7% 수준까지 낮아졌다.

현대제철이 생산한 열연 제품./사진=현대제철

같은 기간 국내 주요 후판 제조사인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내수 판매량은 51만1000톤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월 대비 7.1%, 전월(4월) 대비 8.5% 증가하며 월간 기준으로는 1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산 저가 물량이 시장에서 빠져나간 데다 국산 선호도 회복과 일부 설비 정상화가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 전반에서 관세 효과를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차가 있었다. 이미 수입된 저가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서 단기 가격 방어 효과는 제한적이었고 내수 수요 회복도 예상보다 더뎠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별로 감산과 설비 조정이 이어졌다.

현대제철은 지난 7일부로 포항 2공장을 무기한 휴업에 돌입했다. 일부 중기사업부 매각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포항제철소 1제강공장과 1선재공장을 폐쇄했으며 동국제강도 지난달 인천공장의 후판·압연 설비를 7월부터 약 한 달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철강업계는 중국 내 공급과잉 해소 조짐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최근 생산 기조를 억제하면서 글로벌 가격 경쟁 부담도 일부 완화될 것이란 기대다. 세계철강협회(WSA)에 따르면 5월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전년 동월 대비 6.9% 줄었다. 특히 조선과 플랜트 등 중후장대 수요가 살아나는 시점과 맞물리면 가격 정상화에 따른 마진 회복도 점진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대미 협상력 시험대…'실익 논리'로 뚫어야

한미 철강 관세 변화./그래픽=비즈워치

관세 장벽이 중국발 저가 수입을 막고 있는 반면 미국발 고율 관세 리스크는 여전히 철강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변수다. 미국은 자국 철강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현재 25% 수준인 철강 수입 관세를 최대 50%까지 확대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협상 지연을 문제 삼으며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전 세계에 50% 관세 가능성을 시사했고 미국이 제시한 유예 시한은 7월 8일이다. 이날을 기준으로 12일 남은 것.

EU는 26일(현지시각)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막판 협상 전략을 논의했다. 집행위는 “미국 측의 새 제안서를 수령했고, 체결을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독일·이탈리아는 조속한 합의를, 프랑스는 일방적 양보 불가 입장을 고수하는 등 내부 시각차도 여전하다. EU는 이미 210억 유로(한화 약 33조원) 규모의 보복 관세안을 준비해 둔 상태다.

한국도 미국과의 별도 협상 채널을 가동 중이다. 산업부는 최근 한미 무역장관 회담에서 철강 품목에 대한 예외 적용 또는 시한 유예를 요청했으며 FTA 체결국이자 안보 동맹국이라는 지위를 활용해 미국 측을 설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국 철강기업의 수출 구조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열연강판과 후판 등 고부가 강판류를 미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일부 품목은 미국 내 유통업체·가전·기계가공 업체 등과 장기 계약 구조를 갖고 있다.

관세가 50%까지 오르면 기존 거래 가격 조건이 무력화되고 납품계약 파기·물량 축소 등 연쇄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는 단순히 수출 감소에 그치지 않고 국내 공장의 생산 조정·물량 전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장기 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EU가 고율 관세를 피하는 수준의 합의에 이른다면 한국 역시 유사한 형식의 '선별적 면제'나 '차등적 예외'를 요구할 명분을 확보하게 된다. 시장 영향력이나 보복수단은 EU보다 제한적이지만, 한국은 미·중 전략 구도 속에서 협력국으로 인식되는 위치인 만큼 제도적·외교적 조율 여지를 갖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그래픽=비즈워치

다만 전문가들은 이런 외교·지정학적 지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미국 측에 실질적 이익을 설명할 수 있는 전략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고 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산 철강에 대한 관세 정책을 자신의 성과로 반복해서 강조해온 만큼 미국에도 이익이 되는 조정안이라는 정치·경제적 논리야말로 협상의 핵심이라는 분석이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 수석연구원은 "철강 수입에 대한 미국의 50% 고율 관세는 실제 부과보다는 국별 협상을 위한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측면이 크다"며 "EU·영국·일본처럼 한국도 관세 조정 여지를 최대한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 FTA 체결국이나 안보 동맹이라는 명분보다는 한국 철강기업들이 미국 내 투자 계획을 밝히고 지역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제시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야 한다"며 "예컨대 '2029년부터 본격 양산이 가능하니 그 전까진 예외나 유예를 해달라'는 방식의 협상 전략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수출 규모를 자율적으로 조절하거나 일정 수준 쿼터제를 수용하겠다는 조건부 제안도 가능할 것"이라며 "관세율 완화와 협상 시한 연장을 동시에 이끌어내는 방식이 가장 유효한 시나리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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