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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기웃' LG전자…HBM 훈풍 제대로 탈까

  • 2025.07.14(월) 16:59

HBM 제작용 하이브리드 본더 연구 시작
HBM 제조 관련 장비 높은 수익성 '매력적'
노하우 부족 vs 경쟁력 충분…기대반 우려반

LG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을 위한 핵심 장비인 '본더' 시장 진입을 검토 중이다. HBM '세대'가 바뀌며 관련 장비들에도 진화가 필요한 시기에 판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HBM이 향후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관측되는 데다 핵심 장비인 '본더'의 높은 수익성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다. HBM을 최종 생산하는 기업들 역시 장비 공급처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점 또한 기회로 포착했다는 평가다.  

한미반도체 HBM4용 TC 본더4./사진=한미반도체

LG전자가 노리는 '하이브리드 본더'

1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 생산기술원은 최근 HBM 제작에 쓰이는 장비인 하이브리드 본더 장비 개발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LG전자가 연구하는 '하이브리드 본더'는 현재 HBM 생산에 쓰이는 'TC본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HBM은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올려 만든다. TC본더는 열(T, thermal)과 압력(C, compression)을 통해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데 사용되는 장비다.

하이브리드 본더는 TC본더의 '업그레이드' 모델이지만 칩과 기판을 연결하는 방법은 다르다. 칩과 기판에 있는 구리를 서로 자연스럽게 붙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온도가 너무 높지 않아도 되고 높은 압력이 필요하지도 않아 더 정밀하게 메모리와 기판을 붙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대신 그만큼 더 높은 기술 정밀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현재 하이브리드 본더 연구는 활발하지만 본격적으로 생산 해내는 곳은 없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HBM이 더욱 고성능을 내기 위해서는 더 얇으면서도 많은 메모리가 적층돼야 하는데 현재 TC본더에서는 이것이 한계가 있다"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게 하이브리드 본더"라고 설명했다.

LG전자, 다시 반도체 노리는 이유

LG그룹은 사실 오래 전 반도체와 인연의 끈이 있다. 과거 럭키금성 시절 반도체 관련 사업을 펼치면서 LG반도체를 계열사로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당시 현대그룹과의 '빅딜' 과정에서 반강제로 반도체 사업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그룹 입장에서는 아픈 과거다.

그러다 HBM용 하이브리드 본더 개발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LG가 반도체 시장에 다시 진입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HBM의 장기흥행 가능성이 점쳐진 것이 합류 이유로 꼽힌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HBM 시장의 규모가 467억달러(약 6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아울러 2030년 중후반까지 매년 25%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일 거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여기에 더해 HBM 생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TC본더의 수익성이 높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을 거라는 분석이다. 현재 TC본더 분야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한미반도체의 영업이익률이 이를 뒷받침한다. 한미반도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1474억원, 영업이익은 69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47%에 달한다. 

다른 업계 한 관계자는 "한미반도체는 HBM의 돌풍과 함께 수익성이 매우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상황인데 TC본더 제품 자체의 높은 수익성이 바탕이 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라며 "더 많은 기업들이 TC본더나 하이브리드 본더를 준비하면서 소폭 가격 조정이 있을 순 있겠지만 이같은 수익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HBM 최종 생산하는 기업들 역시 소재, 부품, 장비 공급원의 다변화를 지속해서 타진하고 있어 LG전자가 관련 시장에 대한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 시점이 시장 진입 검토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이란 분석도 있다. HBM은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에서 정해놓은 '규격'에 맞춰 만들도록 돼 있는데, 지금까지 JEDEC이 표준 규격을 확정한 건 차세대 HBM인 HBM4까지다. 업계에서는 HBM4 다음 세대인 HBM4E까지 TC본더로도 규격을 맞출 수 있을 거라는 관측도 있다.

관건은 그 다음 세대인 HBM5다. HBM5부터는 하이브리드 본더가 '필수 장비'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HBM5가 양산을 시작할 시기와 LG전자가 연구 성과를 내놓을 시기가 겹칠 수 있다는 거다.

이 관계자는 "반도체 장비 기업들의 그간 연구 개발 및 양산 시점을 보면 가능성이 높다"며 "하이브리드 본더가 기존 TC본더와 같은 공정에 투입되지만 그 기술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시장 점유율 판도가 바뀔 수 있는 적절한 시점을 찾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성과로 이어질까

다만, LG전자가 HBM 훈풍에 제대로 올라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HBM 제작용 본더는 매우 복잡하고 정밀한 기술이 필요로 하는데 이 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게 냉정한 현실이다. 연구 개발이 쉽지 않을 거란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해부터 TC본더를 생산하기 시작한 한화세미텍도 2020년부터 연구 개발을 하던 게 이제서야 성과가 난 것"이라며 "이제 연구를 시작한 단계라면  성과를 내기 까지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반도체 등 시장을 장악하는 기업들은 사실상의 연구를 끝내고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라며 "하이브리드 본더 수요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때까지 관련 노하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평가받는 LG전자가 얼만큼 기술력을 끌어올리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LG전자가 보유한 장점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연구·개발이 가능한 데다가 다양한 분야에서 B2B 거래를 통해 고객사들에게 신뢰와 납품 역량을 증명해온 점 등에 가점을 줄 수 있다는 거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하이브리드 본더를 생산해 납품하는 벤더사로 생각하기에는 LG전자가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라며 "전장,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신뢰를 구축해왔던 네트워크 등이 고객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성과를 낸다면 LG전자가 흐름을 바꾸는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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