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이 ‘1차 고비’도 넘지 못하고,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대상은 ㈜동양,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사다.
30일 ㈜동양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측은 “법원에서 신청서와 관련자료의 서면심사를 통해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8시55분부터 ㈜동양의 매매거래를 정지시켰다. 동양그룹 측은 ㈜동양과 함께 이날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도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은 동양그룹의 1100억원 대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만기가 돌아오는 이날을 ‘1차 고비’로 봤다. 2000억원 정도 자금 여력이 있는 동양그룹이 1차 고비는 무사히 넘기고, 매달 3000억~4000억원씩 만기가 오는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최대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동양그룹은 ‘1차 고비’도 넘지 못했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이날 "제한된 시간과의 전쟁을 벌이며 구조조정작업에 매진해 준 임직원과 그룹을 신뢰해 준 고객과 투자자들에 대해 회장으로서 큰 책임을 통감한다"고 밝혔다.
현 회장은 "계열사와 자산 매각이 극도의 혼란상황이 아닌 철저한 계획과 질서 속에서 이뤄진다면 제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면서 "법원을 도와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을 다하자"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그룹 위기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동양증권이 고객과 자산이탈로 기업가치가 급격히 하락해 매우 우려스럽다"며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 하에 고객과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만큼 하루 속히 신뢰를 회복해 우량금융회사로 거듭나게 도와 달라"고 당부했다.
동양그룹 법정관리 신청과 관련,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오전 10시30분 긴급 브리핑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금난을 겪었던 동양그룹은 지난 23일 자매기업 오리온이 자금지원 요청을 거절하면서, 상황이 급속히 악화됐다. 지난 25일에는 ㈜동양이 65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철회했다. 동양증권은 불안한 고객이 몰리면서 자금이탈이 가속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