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쓴 돈이 2000억원이 넘어섰다. 재무적 투자자(FI)와 맺은 파생상품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문제는 파생상품 만기가 몰려 있는 2014년부터다. 올해에만 30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7일 교보증권과 메리츠종금증권에게 총 260억원의 주식스왑계약 만기 대금을 지급했다. 작년 1월 현대엘리베이터는 이 두 증권사와 현대상선 191만2681주에 대해 주식스왑계약을 맺었다. 일 년 간 우호세력으로 주식을 보유하면 연간 5.39%의 이자를 매분기 지급하고, 현대상선 주가가 일 년 전보다 떨어지면 그 손실은 현대엘리베이터가 100% 부담하는 조건이었다.
지난 7일 현대상선 주가는 1만3050원으로 일 년 전(2만2600원)보다 42% 떨어졌고, 그 손실은 고스란히 현대엘리베이터가 떠 앉았다. 앞으로 현대엘리베이터는 두 증권사가 보유했던 현대상선 191만주를 직접 매입하던지, 또 다른 파생계약을 맺던지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일 년 전에도 현대엘리베이터는 주식스왑계약 만기 정산금으로 NH농협증권과 대신증권에게 각각 480억원, 174억원을 지불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3년부터 일 년간 주식스왑계약 만기 정산 대금으로만 914억원을 쓴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가 FI와 맺은 현대상선 주식 관련 파생상품계약. 현대상선 주가가 만기까지 기준가 밑으로 떨어지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손실을 보전해야한다. 지난 23일 현대상선 주가는 1만1600원. |
파생상품 거래손실은 매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07년(66억원), 08년(313억원), 09년(17억원), 10년(47억원), 11년(265억원), 12년(306억원), 13년 3분기(108억원) 등 총 1122억원에 이른다. 파생상품 거래손실은 ’평가손실’과 달리, 실제 현금 유출이 발생한 거래다.
문제는 만기가 돌아오는 앞으로다. 넥스젠 캐피털과의 주식스왑계약 만기는 올해 4월부터 내년 5월까지 차례로 돌아온다. 케이프 포춘과 맺은 주식옵션계약 만기는 올 12월31일이다. NH농협증권의 주식스왑계약 만기도 올 6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이어진다. 또 대우조선해양, 마켓밴티지(Market Vantage)와 맺은 풋옵션계약 만기도 올 12월이다. 파생상품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주식파생상품 손실로 4421억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각종 만기가 몰려있는 올해에 당장 필요한 돈이 2000억~3000억원에 이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보유 중인 현금·현금성자산(1950억원)과 FI에 맡겨둔 현금담보(2056억원)을 통해 정산할 계획이다. 다만 현재 1만1000원대인 현대상선 주가가 앞으로 오르면 손실은 줄어들고, 기준가 이상이 되면 이익을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