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복을 입은 한 고등학생이 증권사 복도를 서성인다. "어떻게 오셨나요?" 지나가던 직원이 묻는다. 잠시 머뭇거리던 학생은 수줍은 듯 입을 열었다. "저기 저, 따금(따뜻한 금융캠프) 신청하러 왔는데요"
따뜻한 금융캠프는 신한금융투자가 5년째 해오고 있는 교육 기부 프로그램이다. 미래 경제 주체인 청소년들에게 자본시장 흐름과 기본적인 금융경제 교육과 함께 금융투자업 직업체험을 제공한다. 2012년 4월부터 매년 35~40회를 진행하면서 지금까지 따뜻한 금융캠프를 거쳐 간 중고등학생들만 4800여 명에 이른다.
이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유제형 신한금융투자 기업문화부 팀장은 따뜻한 금융캠프를 진행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묻자 이 학생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대개 따뜻한 금융캠프는 학교 차원이나 삼삼오오 그룹별로 신청하는 경우는 많지만, 학생 혼자 직접 증권사까지 찾아온 경우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유 팀장은 "오랫동안 진행하다 보니 이런 경우도 생기는구나 싶어 뿌듯했다"며 "대개 학교별로 신청이 돼 개별 신청자들이 모이는 날까지 기다려야 하지만 직접 찾아온 성의가 하도 기특해서 신청 후 결원이 발생했던 회차에 곧바로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
신한금융투자의 따뜻한 금융캠프는 업계에서 자타공인 금융경제 교육 프로그램의 롤모델로 꼽힌다. 따뜻한 금융캠프 외에도 금융사들이 운영하는 경제 금융 교실은 여럿 되지만 '따금'만한 게 없다는 평가다. 비결이 뭘까. 유 팀장은 "단순히 금융경제 지식 강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교육과 영업시간에 부서를 개방하면서 금융경제 지식을 나눈다"고 답했다.
따뜻한 금융캠프는 거래소와의 협업을 통한 견학 시행은 물론 주식투자 교육과 모의투자 게임부터 영업점 방문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구성된다. 특히 증권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리서치센터와 글로벌사업부, 기업금융(IB), 세일즈앤트레이딩(S&T), 영업부 등 핵심역량 부서 5곳을 직접 방문하게 해 생생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5~6개의 모니터 앞에서 트레이딩에 몰두하는 증권사 직원의 숨소리까지 바로 옆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여의도를 휘젓고 다니는 증권부 기자들에게도 절대 흔치 않은 기회다.
업무에 방해가 될 듯싶지만 신한금융투자 직원들은 한 달에 한 두 차례 정례적인 학생들의 방문을 오히려 반긴다. 더욱 놀라운 점은 교육 강사 역시 외부에서 오지 않고 매년 30여명의 직원을 사내 강사로 선발한다는 점이다. 사내 강사 선발은 다양한 부서 내에서 자발적인 신청에 의해 이뤄진다.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짜 살아있는 지식을 가감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셈이다.
▲ 지난 21일 신한금융투자 '따뜻한 금융캠프'에서 학생들이 모의투자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
따뜻한 금융캠프의 상징이 된 주식 모의투자 보드게임은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모의투자 게임은 대충 기존의 것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금융경제 교육 콘텐츠 개발 회사와 함께 직접 교구를 개발했다. 게임에 투자하는 학생들은 시장 상황에 맞게 주식 종목을 교체하며 투자에 나선다. 증권거래소 역할을 하는 팀도 따로 있다. 게임을 하면서 곧바로 주식시장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따뜻한 금융캠프 현장을 찾은 21일에는 세경고등학교 학생 3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모의투자 게임이 한창이었다. 이날의 강사는 신한금융투자 프라이빗뱅크(PB)센터의 직원이 맡았다. 학교에서 동행한 지도 교사 한 분과 신한금융투자 직원들도 보인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 앞에는 '삼승전자', '신한금융지주' 등 모의 주권이 수북히 쌓여있다. 언뜻 블루마블 게임을 연상케 하는 게임판을 앞에 투자 결정을 내리는 학생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면서도 즐거움이 가득했다.
따뜻한 금융캠프에 참여한 한 학생은 "영화에서만 봤던 증권사에 대한 이미지는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는데 직접 둘러보니 전혀 딱딱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증권 쪽 취업을 망설이다 따뜻한 금융캠프를 해보니 지원하고 싶은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따뜻한 금융캠프는 학생들에게 금융투자가 딱딱하지 않고 재미있고 흥미로운 것임을 체득하게 해준다. 학생들을 다시 만날 일은 드물겠지만, 증권사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깨고 진로를 정하는데도 큰 도움을 주면서 자연스럽게 미래의 고객이자 직원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 유제형 신한금융투자 기업문화부 팀장 /이명근 기자 qwe123@ |
신한금융투자의 따뜻한 금융캠프는 자체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더 큰 그림 상으로는 신한금융그룹이 지난 2012년 6월 금융경제교육을 대표 사회공헌 사업으로 선언한 것에서 출발했다. 금융지식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하지만 어렵고 차갑기만 해 보이는 인상을 지우고 신한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소통하면서 따뜻한 금융을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소통'이다. 가지고 있는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해를 돕고 소통하며 나눔의 시너지를 더욱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사회적 책임의 기본은 바로 이해 관계자와의 소통"이라며 "신한금융이 한국 지배구조 우수기업으로 매년 이름을 올리고 대외적인 반응이 긍정적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고 평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역시 40회의 따뜻한 금융캠프를 계획 중이다. 봄부터 겨울까지 1400여 명의 학생이 여의도 증권가를 찾을 예정이다. 올해가 지나면 '따금인'은 6000명을 훌쩍 넘게 된다.
유제형 팀장은 "올해는 특히 중학생 자유학기제 전면시행 등이 예정돼 있어 더 많은 학생이 따뜻한 금융캠프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며 "프로그램을 다양화하고 컨텐츠의 질을 높이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며 기대반 설레임반의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