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내 국내외 증시는 미중 간 무역분쟁으로 좌불안석이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증시를 뒤흔들 이슈로 단연 무역분쟁이 꼽힌다.
이달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나 추가관세 부과를 90일 유예했지만 정작 시장에서는 회의론이 무성하다. 양국 분쟁이 패권 경쟁으로 번져 지난한 협상 과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국의 일거수일투족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당분간 세계 증시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 올해 증시 쥐락펴락한 무역분쟁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것은 올해 들어서부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해소를 제창했고 올해 3월 추가관세 검토를 요구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하면서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규모는 약 5660억 달러에 달한다.
양국 간 분쟁은 빠른 시간 내 과격해졌다. 지난 6월 미국 정부는 정보통신(IT), 항공우주, 전기자동차 등 500억 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25% 추가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다. 중국이 같은 규모로 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맞대응하자 미국은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까지 추가관세를 매길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설전은 그대로 실현됐다. 올 7월 양국은 340억 달러 규모 수입품에 25% 추가관세를 부과했고 8월에는 관세 부과 대상을 500억 달러 규모로 160억 달러 늘렸다. 미국은 한발 더 나가 20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10%에서 25%로 늘리겠다며 포성을 높였다.
증시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출렁거렸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년9개월만에 3000선이 무너져 현재 2500선까지 고꾸라진 상태다. 연초 260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 10월 2000선 아래로 급전직하하기도 했다. 한화증권은 "미중 무역분쟁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을 강화시켰고 주식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 90일 휴전…"밸류평가는 나중에"
끝날 것 같지 않던 양국 간 분쟁이 전환점을 맞이한 것은 이달 초 들어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브라질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추가관세 부과를 내년 3월1일까지 90일 미루기로 합의한 것.
하지만 전망은 그다지 밝지 않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의 지식재산권을 도용하고 있다며 관련 비용 지불을 요구하면서 금융시장 개방도 촉진하고 있지만 중국은 첨단 산업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 경제 규모를 키워나가겠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특히 이달 1일(현지시간) 멍완저우 중국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된 사건은 양국 갈등이 완전히 패권 경쟁 양상을 띄게 됐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멍 CFO가 화웨이 창업주의 딸인 점을 들어 미국이 중국 기업을 탄압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 루사예 주캐나다 중국대사는 "미국이 마녀사냥을 위해 중국 기업에 힘을 휘둘렀다"고 지적했다.
지난 18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개혁개방 4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 주석이 무역분쟁에 이렇다 할 메시지를 내놓지 않은 것도 협상 난항 전망에 힘을 싣는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 주석의 연설에 대해 "집권 이후 몇차례 언급했던 정책 레짐의 연장선"이라고 평가하며 "미국의 요구와 압박에 쉽게 순응하지 않을 것을 시사해 무역협상 노이즈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90일 협상기간 동안 세계 증시는 양국의 일거수 일투족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내년 2월 말으로 정해진 협상 기한 중 또다른 '화웨이 사건'이 터지지 말란 법은 없다"며 "현재 시장이 변동성에 노출돼 하향 조정된 만큼 내년 1분기까지 세계 증시는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