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들이 속절없이 빠지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핵심 경영인과 임원들이 모처럼 주식을 사들이는가 하면, 회사 차원에서 주식 분할 등의 방법으로 적극적인 주가 부양에 나서고 있다.
1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의 권희백 대표이사와 한종석 경영지원본부장, 김현종 홀세일본부장 등 임원 11명은 최근 장내에서 자사주를 나란히 매입했다. 이들이 자사주를 사들인 것은 작년 3월 이후 딱 1년만이다.
권 대표는 이번에 자사주 4만3700주를 추가로 사들여 보유 주식이 기존 12만3600주에서 15만7300주로 확대됐다. 주식 추가 매입에 들인 금액은 8000만원이며 확보한 지분은 0.1%에 못미치는 미미한 규모이나 모처럼 사들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둘만하다.
권 대표와 함께 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한종석 경영지원본부장은 이달 들어 두차례에 걸쳐 약 3000만원을 들여 자사주 1만6000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책임경영을 위해 지난 2014년에 임원들이 직급에 따라 일정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임원 주식 보유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몇몇 임원들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자사주를 사들이고 있으나 올해에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는 설명이다.
회사측 관계자는 "실적 개선과 상관없이 최근 주가가 부진해 임원들이 책임 경영 차원에서 솔선수범하기로 한 것"이라며 "과거에 도입한 임원주식 보유제도의 취지와 다소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1000억원에 육박한 순이익으로 모처럼 호실적을 거뒀음에도 주가가 도무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주가는 액면가(5000원)의 절반에 못 미친 2000원대에서 출발했으나 최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외 증시가 폭락하면서 회사 주가도 덩달아 하락, 전날(11일) 종가 기준 1600원대로 가라앉았다.
메리츠증권과 대신증권도 핵심 경영인 및 주요 임원들이 자사주를 사모으고 있다. 대신증권은 최대주주이자 경영 후계자인 양홍석 사장이 올 1월9일 보통주 1만주를 사는 것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석달간 24차례에 걸쳐 집중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아울러 다른 주요 임원들도 올 들어 장내에서 꾸준히 주식을 사모으고 있다. 메리츠증권 역시 임원 7명이 지난달 자사주를 나란히 매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회사 차원에서 주가 부양을 위해 모처럼 자사주 매입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KTB투자증권은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3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로 했다. 자사주 매입은 2011년 이후 9년 만이다.
SK증권도 지난 4일 이사회에서 77억원을 들여 보통주 1420만주를 앞으로 석달간 장내에서 매수하기로 결의했다.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한 것은 2016년 이후 4년만이다. 당시 32억원을 들여 320만주를 사들인 적이 있다.
유화증권은 유통 주식수 확대를 위해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1000원으로 쪼개는 액면분할에 나서기로 했다.
유화증권의 지난해 별도 기준 순이익은 62억원으로 전년 60억원보다 다소 증가했으나 작년 12월을 정점으로 빠지는 주가는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전일 종가 기준 1만원 초반대에 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