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제 2의 '라임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사모펀드 규제를 강화한다. 500억원 이상의 사모펀드는 외부감사를 의무화하고 운용사 및 판매사의 책임을 강화하기로 했다.
1조6000억원대 금융사기로 비화한 라임 사태를 계기로 취약성이 드러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인데 자칫 관련 시장을 위축시키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모펀드 현황평가 및 제도개선 방안 최종안'을 지난 26일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라임자산운용의 대규모 환매 사태가 불거지자 업계와 전문가 의견을 모아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
우선 운용사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다. 자산총액이 일정 규모(500억원)을 웃도는 사모펀드는 앞으로 외부감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펀드에 편입하는 자산 가운데 비상장주식이나 주식관련사채(CW, BW 등) 같은 '비시장성 자산'의 공정가액을 평가하는 기준도 새로 마련한다.
신뢰할만한 시가가 없는 모든 자산에 대해선 제3의 독립기관(회계법인, 신평사 등)으로부터 평가를 받게 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러한 비시장성자산의 공정가액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아 펀드 환매 중단 이후 수개월 동안 정확한 부실 규모를 숨기기도 했다.
금감원은 비시장성 자산의 공정가액 평가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올 2분기에 관련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할 예정이다.
운용사의 손해배상 능력을 키우기로 했다. 현재 사모운용사는 법정최저자기자본인 7억원을 지키면 등록이 유지된다. 앞으로는 여기에 수탁고의 0.02~0.03%를 적립해 손해배상재원으로 활용하고 고위험 자산투자에 대응하기 위해 '고유자산운용필요자본'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했다.
펀드 판매사인 은행 및 증권사들의 책임도 강화키로 했다. 앞으로는 펀드를 판매할 때 투자 설명자료의 적정성을 스스로 검증해야 한다. 고객에게도 설명자료를 충실히 설명해야 하고 펀드가 설명자료에 나타난 방법에 맞게 운용되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신탁업자나 증권사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같은 수탁기관도 관리·감시에 나서야 한다. 이들 수탁기관은 운용사의 운용지시를 실행하는 기관이라 위법 행위를 가장 먼저 알 수 있었는데도 그동안 관리 감시 기능을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고객이 펀드 자산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몇배의 자금을 빌려 투자하는 총수익스와프(TRS) 방식의 차입(레버리지)형 펀드에 대한 보조 장치를 마련했다.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알리고 총수익스와프 계약을 통해 일으킨 레버리지를 사모펀드 레버리지 한도(순자산 400% 이내)에 반영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이 라임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 운용 및 판매사들에 대한 책임 수준을 대폭 강화하는 규제를 내놓자 업계에선 관련 시장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위험 부담이 커진 판매사들이 사모펀드를 덜 취급하면서 시장이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의 감독과 관리 책임을 운용 및 판매사에 떠넘겼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이날 확정한 사모펀드 제도개선안 중 법령개정이 필요없는 사항은 최대한 조속히 시행키로 했다. 아울러 법령 개정사항은 2분기(4~6월) 중 입법예고를 실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