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30세대 위주로 개인들이 적극적으로 증시에 뛰어들면서 적은 돈으로 쉽게 투자할 수 있는 개인 친화형 소액투자 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커피 한잔 가격으로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비롯해 예금 계좌에 남아있는 잔돈을 자동으로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도 나왔다. 상장을 추진하면서 소액 투자자 배정물량을 대폭 늘린 리츠도 있다. 푼돈으로 투자할 수 있는 다양하고 차별화된 상품이 대거 선보이면서 투자 저변 확대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소액투자 상품 '봇물'
최근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중위험·중수익 채권형 펀드가 잇달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 우량 채권에 분산투자하는 '미래에셋영리한글로벌채권펀드'를 내놨고, 한화자산운용은 국내 단기국공채 및 회사채에 투자하는 '한화쏠쏠한대한민국채권펀드'를 선보였다.
두 상품 모두 최소 투자금액을 1000원으로 설정해 소액으로도 얼마든지 안전자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유럽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UBS는 지난 6월 글로벌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내놨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투자자도 소액으로 다양한 ESG 채권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라며 "전문가들이 운용하는 만큼 수익성 제고와 투명성 확대 등의 장점을 챙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음 달 코스피시장 입성을 앞두고 있는 제이알글로벌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제이알글로벌리츠)는 소액투자자들을 위한 공모주 배정 물량을 크게 늘렸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이번 공모를 통해 9700만 주, 총 4850억원을 모집할 계획인데 이중 일반청약자 배정물량 2400억원의 50%에 해당하는 1200억원을 '소액우선배정물량'으로 할당했다.
소액우선배정물량이란 일반 청약자 중 청약금액 100만원 이하 투자자들에게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물량을 뜻한다. 기존 공모주 청약시장에선 인기가 높은 기업들의 경우 청약 경쟁률이 워낙 치열하다 보니 소액으론 유의미한 물량을 배정받기 힘들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소액우선배정물량을 늘려 일반 투자자들도 부담 없이 청약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일반인들의 관심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식을 줄 모르는 개미 투자 열풍
소액투자 상품이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건 개인 투자자들의 꾸준한 시장 진입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주식 투자에 대한 개인들이 관심이 커지면서 새로운 소비군을 형성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주력 투자 연령대가 2030세대로 내려오면서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상품들의 수요가 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왕성한 시장 진입은 여러 지표를 통해 가늠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예탁금이 최근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기준 예탁금은 50조원을 넘어섰는데 1996년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 규모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폭락장에서 대거 증시에 뛰어든 개인들은 꾸준히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지난 3월엔 순매수 규모가 12조원에 달했고, 그 이후로도 매월 5조원대로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도 벌써 3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다.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신용거래융자 또한 역대급으로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일 현재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13조원을 돌파했는데 역시 1998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이종경 미래에셋자산운용 WM마케팅 본부 팀장은 "아무래도 2030세대는 다른 연령층과 달리 쌓아놓은 자산이 그리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 연령대들이 관심을 갖고 부담 없이 투자를 할만한 상품을 찾다 보니 소액투자 상품 출시가 늘어난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 투자 저변 확대 기대
증권가에선 소액투자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그만큼 투자 저변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의 시장 진입과 비대면 플랫폼 활용도 확대가 맞물리면서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경 팀장은 "최근 펀드 산업 전체가 어려움에 직면해 있음에도 소액투자 상품을 중심으로 유의미하게 판매 잔고가 증가했다"면서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고객들의 호응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된다"라고 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증권이 단기간에 올린 결과물을 봤을 때 이제는 오히려 소액투자 상품에 중점을 두고 판매를 해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커피 한잔 가격으로 자산을 불릴 수 있는 시대가 온 만큼 고객들의 상품 선택권 및 투자 저변 확대가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