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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개미 중간결산]①-2외국인·기관도 쏠쏠한 재미봤다

  • 2020.06.10(수) 09:00

최근 세 달 강한 매도세 불구 일부 매수 종목서 성과
폭락장 이후 지수 반등 탓⋯전체 수익률 개미에 미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맹위를 떨치기 시작한 올해 1분기 중순, 국내에서는 개인 투자자들(개미)의 유례없는 증시 진입이 이어졌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이다. 전통적으로 개미들은 '큰 손'인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에 비해 자금 동원력, 투자 지식, 관련 정보 등이 취약해 증시에서는 '필패자'로 통했다. 그러나 코로나 폭락장에서는 양대 투자 세력 없이도 코스피를 2000선 위로 끌어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신드롬에 가까운 동학개미운동의 배경과 지난달 말까지 그들의 투자 행적을 쫓으며 중간 결산을 해봤다.[편집자]

개인 투자자(개미)들이 동학개미운동의 대장주 삼성전자를 쓸어담는 사이 외국인은 개미들과 반대로 움직였다. 기관들은 소극적으로 외국인들의 패턴을 따랐다.

결과적으로 지난 세 달(3~5월) 동안 활발히 진행된 동학개미운동은 개미들의 판정승으로 굳혀지는 형국이다.

다만, 외국인과 기관들도 대규모는 아니지만 구매 리스트에 담은 일부 종목들의 경우 오히려 개미들의 수익률을 앞지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등 체면치레에 성공했다는 분석이다.

◇ 외국인, 바이오 집중 매수⋯일부 언택트·2차전지 포진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3월부터 5월까지 총 61일 거래일 중 단 10일에 한해 순매수세를 보였다.

10거래일 합산 매수 규모는 1조3700억원이다. 이 기간 22조 가까이 팔아치운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외국인들은 크지 않은 매수세 속에서도 바이오 종목을 주로 담았다. 외국인 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종목 1·2 순위는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다.

그 뒤를 펄어비스와 한진칼이 이었고 그 다음으로 매수 주문이 많이 쌓인 종목은 셀트리온제약과 에이치엘비다.

이 4개 종목을 구매하는데 75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썼다. 전체 매수액에 54.7%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성과도 준수한 편으로 추정된다. 4개 종목 모두 올해 저점까지 내려간 3월19일부터 5월 마지막 장 종가 기준으로 집계했을 때 큰 폭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주가 추이를 비교해 보면 셀트리온 주가는 13만8500원까지 떨어졌지만 5월 말 21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 상승률만 55%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 상승률도 만만치 않다. 비슷한 기간 35만2000원으로 저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 지난달 말 62만원 선을 돌파한 이후에도 우상향 추세에 있다.

여기에 진화를 거듭한 기업가치도 눈에 띈다. 3월 폭락장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시가총액은 24조원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시총 비중이 2.5%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주가 반등과 함께 최근 시총이 43조9300억원까지 불면서 비중도 3%에 육박한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고 시총 순위 또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이어 3위에 안착했다.

큰 규모는 아니지만 언택트 수혜주로 꼽히는 NHN한국사이버결제와 2차전지 관련주 에코프로비엠의 수익률도 매섭다는 평가다.

NHN한국사이버결제의 경우 지난 3월17일 주가가 2만2000원 선에 위치해 있었지만 5월 말 5만2000원 대를 뛰어넘었다. 다만, 계속된 상승 피로도에 이달 들어 주가가 소폭 하락하며 4만8000원 선까지 내려왔다.

에코프로비엠도 외국인들에게 쏠쏠한 수익 안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2월 한 때 9만원 선을 돌파하며 10만원 대를 위협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5만1000원 대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SDI와 현대차그룹의 협업 가능성 및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 등 겹호재가 쌓이면서 지난달 말 한 때 장중 12만4000원 선을 넘어서며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 금융투자 팔고, 연기금은 사고

증시 급락 당시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개미들이 매수하는 구도가 형성됐다. 기관들은 외국인만큼의 매도 규모는 아니지만 지속적으로 시장에 물량을 풀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보험, 은행, 연기금 등이 포진한 기관 투자자들은 1조3000억원에 가까운 순매도세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증권사들이 포함된 금융투자계 매도 자금이 4조8000억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사모펀드들도 1조원 넘게 팔아치우는 등 두 주체가 약 6조원에 육박하는 매도세를 합작했다.

연기금은 이와 반대로 움직였다. 5월 들어 매수 강도가 약해지긴 했지만 3월 폭락장 당시에도 3조원, 4월에도 1조7000억원 가량을 사들이는 등 총 5조2000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기관계 자금이 가장 많이 들어온 종목은 SK하이닉스로 나타났다. 다만, 수익률은 LG화학, 삼성바이오로직스, 현대차 등을 통해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종목들과 마찬가지로 SK하이닉스도 저점에서 꾸준히 상승했다. 지난 3월 한 때 주가가 6만5000원 선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한 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8만원 선을 회복했고, 이후 한 동안 횡보세를 보이기는 했지만 이달 들어 9만원 선 위로 오르기도 했다.

이 기간 기관들은 SK하이닉스 주식 572만5574주를 순매수했다. 거래대금은 총 5064억9100만원이다. 전체 순매수액에 39%에 해당한다.

다만, 같은 저가 매수의 경우 LG화학이나 현대차 등에서 성과가 더 좋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에 비해 더 강한 반등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3월 저점(종가 기준) 대비 5월 마지막 장 주가 상승률은 LG화학이 69.8%, 현대차가 50.8%, SK하이닉스가 23.9%를 기록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2559억7800만원을 들여 LG화학 주식 69만6331주를 순매수했다. 현대차의 경우 141만7237주를 1326억5200만원에 사들였다. 전체 순매수액에 각각 19.7%, 10.2% 비율에 해당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외국인과 기관들은 강한 매도 스탠스를 취했지만 지수가 반등한 탓에 매수한 일부 종목에 대해서는 재미를 봤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다고 할지라도 각 투자 주체가 보인 전체적인 거래 현황을 감안했을 때 수익률은 개미들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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