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운동'으로 일컬어질만큼 활발하게 증시에 유입된 개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넘어 원유 선물시장에 대거 몰리고 있다.
주식시장이 지난 3월 폭락장 이후 반등세를 타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수익률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이 지수 변동의 2배 수익을 추종하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레버리지 및 인버스2X(곱버스) 상장지수증권(ETN)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투자 광풍이 일고 있다.
다만, 관련 상품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전액 손실 위기에 처했다. 상품 구조 상 기초자산 가격에 따라 투자금 전액이 증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기초자산 가격이 '0원'이 될 경우 상장폐지 가능성도 높아지는 만큼 시장 안팎에선 신중한 투자 결정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거래가 재개된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과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개장하자마자 가격제한폭(-60%)까지 떨어졌다.
같은 날 매매거래 정지가 풀린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과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도 각각 52.31%, 20.63% 하락했다.
최근 WTI 선물 가격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5월물 가격은 마이너스권으로 폭락하는 등 기록적인 낙폭을 나타냈지만 6월물은 22일부터 3거래일 동안 40% 넘게 오르며 16.94달러로 한 주를 마감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반등세를 타고 있지만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ETN의 경우지표가치가 '0원'이 되면 전액 손실이 확정된다는 데 있다.
원유 선물 ETN에는 일반 선물 상품과 지수 변동에 따라 2배의 수익률이 나게 설계된 레버리지와 곱버스 상품이 있다.
레버리지는 기초자산 지수가 1% 상승하면 2%의 이익이 발생하고 곱버스는 1% 하락하면 2%의 수익률이 난다.
따라서 지표가치가 0원이 될 경우 배수 효과가 소멸되므로 이후의 기초자산 등락과 관계 없이 전액 손실이 확정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국제유가 변동성에 따라 가격 왜곡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야할 필요가 있다"며 "개인 돈이 상당히 몰린 레버리지 상품의 경우 지표가치에 따라 투자액이 증발할 수 있는 만큼 현재 상당히 위험한 상황임에 틀림 없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거래소도 상폐 심사에 돌입한다. 지표가치가 0원에 도달한 상품에 대해 요건에 부합하는지 심사하고, 심사결과가 요건에 부합할 경우 정해진 규정에 따라 처리가 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표가치가 0이 됐을 때의 처리에 대한 부분은 상장폐지 규정에 따라 진행될 것"이라며 "상폐 심사 후 요건에 부합하면 정해진 규정에 따라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우 투자자들은 ETN을 샀을 때 가격이 아닌 지표가치 기준으로 투자액을 돌려받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의 지표가치는 143.79원을 기록 중이다. 삼성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과 QV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H)은 각각 184.95원, 138.80원이다. 미래에셋 레버리지 원유선물혼합 ETN(H)은 852.73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