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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악몽은 잊어라…'ETN이 다시 뜬다'

  • 2021.01.05(화) 15:29

미래·NH 등 잇달아 신상품 상장…제도 정비효과 나타나
성장세 지속 전망…무분별한 투자 피하고 특성 파악해야

지난해 원유 선물 ETN 사태 후폭풍을 맞고 한껏 움츠러들었던 ETN 시장이 활기를 되찾고 있다. 투기를 막기 위한 금융당국의 제도 정비와 더불어 증권사들이 레버리지와 곱버스(2배 인버스) 일변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상품을 출시하면서 ETN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차 높아지는 분위기다.

◇ 미래·NH 등 6개사 ETN 연이어 출시…ETF와 유사하나 신용위험 발생 가능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미래에셋대우와 NH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6개 대형 증권사들이 한국거래소(KRX)에 ETN 상품을 줄줄이 상장했다. 

미래에셋대우는 KRX 금시장에 상장된 금 현물 가격을 기초로 하는 'KRX 금현물 손실제한형 ETN'을, NH투자증권은 자체 개발한 자산배분 포트폴리오 성과를 추종하는 'QV iSelect 글로벌 EMP ETN'을 내놨다. 삼성증권과 KB증권은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활용한 ETN을 각각 2종씩, 신한금융투자는 미국 중소형주를 대표하는 러셀2000 지수를 기반으로 한 ETN 3종을 상장했다. 하나금융투자의 경우 국내 대표 우량기업 300종목을 모아놓은 KRX300 지수에 연동한 ETN을 출시했다.

지난 2014년 도입된 ETN은 해외 지수나 주식, 선물·옵션, 원자재 등을 기초지수로 만든 원금 비보장형 투자 상품이다. 거래소에 상장돼 일반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다. 따라서 투자가 손쉽고 비용도 저렴하다. 언뜻 개인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열풍에 힘입어 전성기를 맞은 상장지수펀드(ETF)와 비슷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차이가 있다. ETF는 말 그대로 자산운용사들이 종목이나 지수를 포트폴리오에 편입해 운용하는 펀드지만 ETN은 증권사가 자기신용으로 발행한 파생상품이다. 증권사 신용으로 발행된 만큼 증권사의 상황에 따라 신용 위험이 발생할 수 있고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 작년 4월 원유 ETN 사태로 제도 정비…신상품 출시 발판 마련

ETF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ETN이 널리 알려진 건 지난해 4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을 기초자산으로 한 ETN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터지면서다. 코로나19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WTI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투자자들은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삼아 마치 투기판을 연상시킬 정도로 WTI 원유 선물 연계 레버리지 ETN 투자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더 많은 수익을 거두고자 하는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기초자산 변동률의 2배인 레버리지 ETN에 대해 매수세가 집중됐다.

당시 투자 과열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금융감독원은 유가 급락으로 상품의 순자산가치가 낮아졌지만 주가는 그보다 훨씬 높은 만큼 향후 조정 시 대규모 투자 손실을 볼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했다. 실제 원유 선물 ETN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주가와 순자산가치 간 차이를 나타내는 괴리율은 1000% 넘게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 같은 경고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밀려드는 투자자에 가격 조절을 담당하는 증권사의 유동성이 바닥나면서 심각한 왜곡 현상이 발생,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한동안 시장의 관심에서 멀어지는가 했던 ETN은 당국이 레버리지·인버스 ETN과 ETF에 대해 과도한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한 제도 정비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바뀐 규정에 따라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N·ETF에 투자하려면 증권사에 1000만원의 기본예탁금을 맡겨야 하고 상품의 개요나 특성, 거래방법 등을 숙지하기 위한 사전 온라인 교육(1시간 내외)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당국은 아울러 원활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발행사(LP)에 상장증권 총수의 20% 이상의 유동성 공급물량 확보 의무를 부과하고 괴리율의 급격한 확대가 예상될 시 조기 청산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시장대표지수 ETN을 허용하고 자진 상장폐지 요건을 완화하면서 다양한 ETN을 출시할 수 있게 문을 열어준 것은 최근 증권사들이 특색 있는 상품을 내는 데 도움을 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에셋대우나 NH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이 상장한 ETN 등은 과거 제도하에서 나오기 어려웠던 구조의 상품들이다. 

한 증권사 ETN 관계자는 "증권사들로선 기존 상품을 계속 끌고 가기보단 새로운 상품으로 신규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자진 상장폐지가 가능해지면서 상품 라인업에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게 된 점이 고무적이다"고 전했다.

◇ ETN 시장 성장 지속 전망…기본 특성 파악 후 투자해야

거래대금 기준 국내 ETN 시장 규모는 2019년 말 11조원대에서 작년 말 22조원대로 1년새 2배가량 커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ETN 시장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주식 외에 내세울 만한 투자 상품이 마땅치 않은 증권사들의 사정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ETN 상품의 출시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투기 시장의 재연을 막기 위한 제도 손질 작업 역시 계속되면서 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ETN의 특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남들 따라 하기식의 무분별한 투자는 피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TN은 투자자 입장에서 수수료가 저렴하고 주식처럼 투자가 손쉬운 데다 ETF와 비교해 운용 제한과 추적오차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며 "다만 ETF와 달리 만기가 있는 데다 ETF와 마찬가지로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는 점은 반드시 염두에 두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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