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의 대의를 떠나 투자자 입장에서 결국 중요한 것은 ESG 투자 시 장기적으로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느냐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과거 ESG 상품의 성과를 투자 근거로 종종 제시하죠.
사실 ESG 투자 초기만 해도 ESG 투자는 착하지만 수익률까지 착할 순 없다는 게 대세였습니다. 다만 ESG의 대의를 감안해 수익률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지면서 어느 정도 용인 가능한 수준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ESG 투자 성과가 나쁘지 않다는 것도 속속 확인되고 있는데요.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SG 포커스 지수와 비 ESG 지수의 2013년 이후 성과를 비교했을 때 글로벌 ESG 지수는 6.3%, 미국 ESG 지수는 3.1% 각각 비 ESG 지수를 웃돌았습니다.
NH투자증권도 최근 3년간 선진국, 이머징 ESG 상징지수펀드(ETF) 수익률이 각각의 주가지수 수익률을 웃돌고 있고, 미국 ESG ETF도 MSCI 미국 지수를 상회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대표적 예 중 하나는 사회책임투자 펀드인 도미니 펀드(Domono Fund)와 죄악주에 투자하는 바이스 펀드(Vice Fund) 비교인데요.
도미니 펀드는 사회책임투자 전문 투자회사인 '도미니 사회투자' 설립자인 에이미 도미니의 이름에서 따왔습니다. 도미니는 지구 온난화와 저임금 노동착취를 막고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기업들에게 사회적 책임을 촉구했는데 도미니 펀드를 통해 반도덕적 기업을 사지 않고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기업 주식에 적극적으로 투자했습니다. 지난 1991년 출시 이후 연평균 8%대의 수익률을 낸 것으로 유명하죠
범죄, 악을 뜻하는 '바이스' 펀드는 말 그대로 도박, 술, 마약 등 이른바 죄악주에 투자하는데 바이스 펀드 역시 수익률이 굉장히 좋은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도미니 펀드 성과가 우수한 것으로 나타나고 올해 들어 상당히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점은 ESG 등급이 높은 것으로 분류되는 친환경 에너지 관련 주식과 상품들이 폭등하며 수익률을 높였다는 점입니다. 올해 ETF 시장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으로도 태양광 ETF가 꼽힐 정도인데요.
올해 성과를 예외로 하더라도 ESG 지수 구성 종목들의 경우 배당을 상대적으로 많이 하고 변동성이 낮으면서 수익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신한금융투자는 MSCI ESG 관련 지수들의 벤치마크 대비 수익률은 지역별, 국가별로 제각각이지만 변동성 축소는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며 ESG 투자가 위험 대비 수익률 개선으로 이어진 것으로 불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물론 ESG 평가 자체에 대한 논란도 여전합니다. ESG 평가기관이 국내외에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통일된 평가 기준이 없으면 같은 기업을 놓고 평가 점수나 등급이 제각각인 경우가 나오고 있는데요.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테슬라의 경우 MSCI는 최상위 ESG 등급을 부여했지만 FTSE는 최하위권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평가기관 간의 등급 편차가 상당히 존재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어느 기관의 ESG 등급에 준해 투자 대상을 택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자리고 있는 셈이죠.
이른바 '녹색 분칠(그린워싱)' 기업들도 조심해야 하는데요. 녹색 분칠은 ESG 평가가 기업 공시에 의존하는데 기업들이 마치 친환경인 것처럼 포장하는 것을 일컫습니다. 가장 비근한 예로는 배기가스 조작이 들통나기 전까지 ESG 등급이 상향된 폭스바겐을 들 수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은 지속가능 금융 관련 보고서에서 ESG 펀드 같은 지속가능펀드가 기존 전통적인 펀드보다 지속적으로 수익률이 높거나 낮은 수익률을 낸다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투자대상이 제한된 투자의 경우 이익의 다양성을 줄이고 투자 기회를 제한하면서 시장 수익률을 밑도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IMF는 이런 투자의 경우 일반 투자보다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고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높일 수 있는 것으로 봤습니다. 앞서 ESG 펀드가 변동성이 낮다는 주장과는 배치되는 부분이죠.
다만 IMF 역시 ESG 팩터들을 통해 펀드 매니저들이 장기적인 가치 창출 기업들을 인식하고 기후변화 등으로 발생 가능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는 자산을 피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국내 ESG 펀드의 경우 기존 펀드와 큰 차이점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는데요. 최근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국내 ESG 펀드를 조사한 결과 펀드 총자산의 50% 이상이 대형 혼합·가치주 스타일에 집중되면서 일반 펀드와 구성이 유사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ESG 펀드와 일반 펀드의 ESG 점수도 차별점이 크지 않았는데요. ESG 점수가 중상위권인 종목이 ESG 펀드에 많이 들어가 있지만 최상위권, 중위권 종목은 일반 펀드 편입비율이 높았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펀드 구성종목들의 ESG 점수 편차가 매우 심한 펀드도 존재하고 평가 방법론 자체도 완전하다고 볼 수 없다"라며 "현 평가 기준으로만 봤을 때 개선의 여지가 존재한다"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