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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주식형 공모펀드 부진과 '범 내려 온다'

  • 2020.11.27(금) 17:24

투자 광풍에도 시장 규모 50% 이상 축소
문제 인식이 아닌 실천이 개선의 출발점

요즘 이날치 밴드의 '범 내려 온다'라는 노래가 인기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해외 홍보를 위해 만든 소개 영상 중 하나인 서울 편에도 나오면서 유명세를 탔는데요. 판소리 수궁가(별주부전)에 나온 내용을 인용해 만든 '범 내려 온다'의 개략적인 배경은 이렇습니다.

토끼 간을 찾으러 절벽을 오르는 자라가 그만 힘이 빠져 저 멀리 도망가는 토끼를 향해 '토 선생'이라고 불러야할 것을 발음이 새는 바람에 '호 선생'으로 잘 못 외치고 말았죠. 마침 용봉탕이 몸에 좋은 줄 알고 있던 호랑이가 먹음직스러운 자라를 향해 산에서 힘차게 내려옵니다. 상황 자체는 우스꽝스럽지만 노래 안에는 범의 위용이 그대로 그려집니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위세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코로나19로 저점까지 떨어졌을 때 이를 끌어올린 주체는 동학개미들이었습니다. 코스피지수가 역사적으로 2600선을 넘긴 것도 외국인의 폭퐁 매수와 개인의 풍부한 유동성이 더해진 결과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처럼 주식 직접투자에 대한 수요는 역대급으로 치솟았지만 옆 동네 펀드시장, 특히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은 산소 호흡기마저 떼어질 위기에 처했는데요. 사실 주식형 공모펀드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닙니다.

단적인 예로 국내 공모펀드의 추세를 보면, 주식형의 경우 설정액이 지난 2007년 130조원까지 증가한 이후 올해 10월 말 기준 60조원 수준으로 50% 이상 축소됐죠. 이 사이 투자자들이 주식투자를 위해 쌓아놓은 예탁금은 사상 최대치인 60조원 선에 안착했습니다.

두 시장 간 명암이 극명히 대비되는 대목인데요. 지난 24일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에 당면한 문제들을 논의하고 극복하기 위해 심포지엄이 열렸습니다. 학회, 업계 등에서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여해 그간의 문제점에 대해 진단해보고 개선점을 찾기 위해 마련된 자리죠.

이 행사의 주제발표를 맡은 고광수 부산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미국, 중국 등 글로벌 시장과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는 상장지수펀드(ETF)와의 비교 등을 통해 침체 정도에 대해서 짚었고, 결정적인 원인으로 국민 신뢰도 하락, 수익성 저하, 성과 위주의 상품 추천, 운용 전략 부족 등을 제시했습니다.

다른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점들도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전성기를 누렸던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외면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습니다. 

그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될 문제로 수익성이 지목됐습니다. 투자자들이 상품 가입을 고려할 때 최우선적으로 확인하는 부분이 수익률이기 때문죠.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박해현 미래에셋자산운용 상무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주식형 공모펀드의 연 평균 수익률은 1~2% 수준으로 예·적금 금리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증시를 따라 수익률이 꽤 좋은 펀드도 있지만 마이너스(-)가 나는 펀드도 있다 보니 평균수익률이 크게 낮아진 것입니다. 1~2% 수익률마저도 달성하기 어려운 국면에 있는 게 현주소라고 진단하기까지 했습니다. 

이는 투자자들을 유인할 만한 당근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태로 해석 가능합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상품에 누가 구태여 1~2%의 수익을 바라보고 투자할까요. 금융감독원 통합 비교 공시 사이트인 '금융상품 한눈에'를 보면 이달 24일 기준 신한·우리·국민·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0.7%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저조한 수익성에 대해서는 다른 전문가들도 지적했는데요. 윤선중 동국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과거 10년 내지 20년 동안 국내 주식형 펀드 시장의 수익률이 어땠는지 살펴보면 여타 비교할 수 있는 다른 자산들에 비해 수익률이 상당히 낮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되지 않았냐고 질문 한다면 당연한 결과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개미들이 입맛을 다실만한 만족스러운 수익률 부재가 시장의 외면을 초래한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인데요. 사실 투자 수요는 어느 때 보다 충분한 상태입니다. 따라서 동학개미·서학개미의 시선을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으로 돌리기 위해선 이 자리에서 나온 대안들에 대한 실천이 시급해 보입니다.

우선 판매사들의 핵심성과지표(KPI) 중심의 판매를 타파하고, 상품을 판매하는 판매원들의 이해도 제고가 뒤따라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불완전 판매 소지를 최소화 하면서 고객 성향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추천하기 위해서입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펀드 설립 요건과 만기 도래 기간을 확대해 펀드의 난립을 피할 필요도 있는데요. 특히, 투자자들에게 큰 메리트를 제공할 수 없는 군소 펀드들을 과감히 정리하는 용단도 병행돼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신상품을 선호하고 유사한 성격의 상품만 제조하는 업계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동성 축소를 위해 비단 국내 시장 뿐 아니라 해외 시장에도 골고루 투자하는 포트폴리오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운용사들의 개발·운용 능력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의 뉴노멀 시대에 실질 소득 감소로 가계의 투자 여력이 악화됐다고 합니다. 그래도 자산을 불려줄 수 있는 상품이 있으면 투자자들은 돈을 싸들고 찾아오게 돼 있습니다. 그만큼 소득 증대에 대한 바람도 이에 비례해 커지기 때문인데요. 

앞서 '범 내려 온다'가 인기를 끈 데는 기존의 것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독창성을 드러낸 이유가 큽니다. 공모펀드 시장에서도 예전보다 똑똑해진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펀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상품을 만드는 운용사들이 현재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개선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에도 범이 위용을 과시하며 용맹히 내려오는 날이 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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