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 상태인 공모펀드 시장에 금융당국은 단비를 내릴 수 있을까. 앞으로는 공모펀드 운용보수가 수익률에 연동된다. 초과성과를 내면 운용보수를 가산해 지급하고, 저성과 때는 보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시딩투자(고유재산투자)는 의무화된다. 운용에 대한 책임을 높이기 위해 시딩금액이 많으면 인센티브도 부여된다.
정체된 공모펀드 시장, 성과연동 우선
29일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및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개정안을 오는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작년 1월 금융위가 공모펀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내놓은 지 1년반여 만이다.
그간 우리나라 공모펀드 시장은 정체되는 흐름을 보여왔다. 공모펀드 설정금액만해도 머니마켓펀드(MMF)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면 2010년 127조원에서 △2015년 114조원 △2019년 119조원 △2021년 117조원 등 감소세를 보였다.
금융위는 이에 공모펀드에 대한 투자자 신뢰성을 높이고, 국민의 재산형성에 기여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에서 이번 시행령 및 규정을 개정하기로 했다.
먼저 성과연동형 운용보수 도입은 자산운용사의 운용 책임성 제고가 목적이다. 이는 펀드 운용에서 분·반기별로 기준지표(벤치마크) 대비 펀드운용 성과를 측정하고 보수를 대칭적(+, -)으로 산정·수취하는 구조다.
이를 채택한 펀드에는 인센티브가 있다. 먼저 자산운용 비율 규제(투자자산별 투자한도) 위반 준수기한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완화한다. 현재 1년인 소규모 펀드 산정 기한도 2년까지 유예한다.
자산운용사의 시딩투자금액은 앞으로 2억원 이상이 의무다. 아울러 시딩투자 금액이 운용사 자기자본의 1% 이상인 펀드는 운용 책임성을 강화했다고 보고 역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마찬가지로 투자자산별 투자한도 위반 준수기한을 3개월에서 6개월로 완화하고, 소규모 펀드 산정 기한도 2년으로 확대한다.
이사회 결의로도 펀드 전략 변경 가능
투자전략 변경절차도 간소화된다. 또한 환매금지형(폐쇄형) 펀드의 경우에도 조건을 충족하면 신규투자자 진입이 가능해진다. 운용 효율성과 투자자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함이다.
그간 펀드 투자전략 등은 수익자 총회를 거쳐야만 바꿀 수 있었다. 때문에 장기간 펀드 운용이 저조해져도 투자전략을 변경하는 건 어려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10년 이상된 펀드로 최근 3년간 일평균 원본액이 50억원 미만일 때 주주 의견수렴 및 이사회 결의만으로 투자전략을 바꿀 수 있다. 증권펀드에서 부동산펀드나 특별자산펀드로 변경하는 경우로 투자자산변경 또는 폐쇄형펀드로의 전환이 펀드 설정 때에도 집합투자규약 등에 기반영해 변경이 가능하다.
환매금지형 펀드, 그리고 전문투자자만 대상으로 하는 외국 펀드에 적용되는 신규·일반투자자 진입 규제도 완화된다. 먼저 환매금지형 펀드는 기존 투자자에게 우선 매수기회를 부여했지만, 실권(失權)된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투자자에게 판매가 허용된다.
또한 기존 투자자의 사전 동의가 있으면 전문투자자용 외국펀드를 일반투자자용으로 전환 등록할 수 있게 해, 외국펀드의 투자자 접근성이 제고된다.
코스피200 등 시장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의 경우 지수내 계열회사 비중까지 계열회사 편입 가능 범위가 넓어진다. 앞서 인덱스펀드가 추종하는 지수내 계열회사 편입 비중은 최대 30%였다. 이에 일부 인덱스펀드는 지수 구성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었다.
외화MMF·만기 있는 채권형ETF 설정 허용
투자수요가 다변화되고 있는 만큼 외화MMF와 만기가 있는 채권형ETF 등 새로운 유형의 공모펀드도 도입된다.
먼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과 중국, 홍콩, 싱가포르의 통화표시 자산에 투자하는 외화MMF가 허용된다. 다만 단일통화 기준이다. 고영호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여유 외화자금이 상시로 발생하는 수출기업 등의 외화자금 운용 수요가 상당 부분 충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혼합형ETF는 기초지수 자산유형에 구분없이 총 10종 이상이면 허용된다. 그간 혼합형ETF는 주식과 채권별로 '각각' 10종 이상 구성이 의무였기 때문에 상대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아울러 채권형ETF에는 만기 설정이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만기가 존재하는 채권의 특성과 분산투자라는 ETF의 강점을 결합한 자산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