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액티브 ETF 시장은 아직 태동기입니다. 성장 가능성이 크고 매력적이지만 국내 투자자들에겐 아직 낯설죠.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다양한 액티브 ETF가 선보이고 제도 개선까지 더해지면서 필수적인 투자 선택지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지난해 9월 국내에서 주식형 액티브 ETF가 첫 선을 보인 지 5개월이 지났다. 양대 자산운용사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나란히 첫 출시 후 석 달 뒤인 지난해 12월 좀 더 진화한 형태의 주식형 액티브 ETF인 'KODEX K-이노베이션액티브 ETF'가 상장되면서 삼성자산운용이 초기 시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주도해 가는 모양새다.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이노베이션 ETF는 자회사인 삼성액티브자산운용에 위탁 운용되고 있다. K-이노베이션 ETF 운용은 물론 액티브 ETF 추가 출시를 야심 차게 준비 중인 서정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그로스(Growth)본부장을 만나 액티브 ETF의 투자 매력과 향후 성장 가능성, 이를 위해 필요한 과제 등을 들어봤다.
서정진 본부장은 기관 펀드 중심의 주식 운용 쪽 경력이 20년이 넓을 정도로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1999년 대신투자신탁운용을 시작으로 대신증권, 하이자산운용에서 주식 운용을 했고 삼성자산운용에는 그로스본부 팀장으로 2014년 합류했다. 현재는 삼성자산운용에서 액티브 쪽만 분사한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그로스본부를 이끌고 있다.
◇ 아직 태동기…성장 매력 발산
지난해 동학 개미 열풍과 맞물려 국내에서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했다. 주식형 액티브 ETF의 첫 출시도 이와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액티브 ETF는 시장 상황에 따라 펀드매니저의 재량으로 편입 종목을 빠르게 선택할 수 있는 ETF다.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ETF 대비 초과 수익을 노릴 수 있어 펀드매니저가 운용하는 액티브 펀드와 비용이 저렴하면서 접근성이 좋은 ETF의 장점이 결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채권형 액티브 ETF가 먼저 허용된 후 지난해 7월 주식형으로 확대됐다.
액티브 ETF의 초과수익 매력은 액티브한 비중 조절이 가능한 점에서 배가된다. 기존 ETF의 경우 수개월 주기로 리밸런싱을 하지만 액티브 ETF의 경우 매력적인 종목이 상장되면서 곧바로 편입편출이 가능해 종목 교체 속도가 빠르다. 그만큼 시장 대응이 유연하면서 환매까지 시간이 걸리는 펀드보다 수익 확정이 더 명확한 셈이다.
미국의 경우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주식형 액티브 ETF가 큰 인기를 끌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지만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는 아직 3개 남짓으로 완전 초기 시장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9월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 ETF와 TIGER AI 코리아그로스액티브가 선을 보인데 이어 좀 더 진화한 K-이노베이션 액티브 ETF가 곧바로 선을 보였다.
기존 액티브 ETF들의 경우 비교지수가 코스피이고 초과수익 창출을 위해 인공지능(AI) 분석을 활용하는 반면, K-이노베이션 액티브 ETF는 삼성자산운용이 FN가이드와 함께 혁신성장 기업으로 구성되는 K-이노베이션 지수를 만들어 지수 구성종목 70%에 활용하고 나머지 30%는 펀드 매니저의 선별 투자를 통해 초과 알파를 창출한다.
특히 서 본부장은 "상관계수 규정이 있는 한국 기준으로 봤을 때 액티브 ETF의 핵심은 바로 지수 개발 능력"이라며 "다양한 빅데이터를 수집해 알고리즘을 통해 혁신기업들을 추려내는 혁신테마기업 지수에는 삼성자산운용만의 경험과 능력이 들어갔다"라고 자신했다.
◇ 액티브 ETF 출시 활발할 것…제도 개선 뒷받침도 필요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추가적인 액티브 ETF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상반기 3~4개를 출시하고 연내 최대 5개의 ETF를 내놓는다는 포부다.
"K-이노베이션 ETF가 혁신 테마를 전반적으로 아우른다면 올해는 자율 주행, 수소, 전기차 등 미래차 ETF, 웹툰이나 드라마에 포커스를 맞춘 미디어 엔터 ETF, 신재생에너지 ETF 등 전에 없던 다양한 액티브 ETF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다양한 ETF 라인업이 액티브 ETF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투자로 이어지길 기대하고 있죠."
이를 촉매제로 다른 운용사들도 속속 액티브 ETF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여 선택지가 훨씬 다양해지면서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과제도 있다. 액티브 ETF 역시 기존 ETF와 마찬가지로 풍부한 유동성이 중요하고 괴리율이 잘 관리되어야 한다. 여기에 국내의 경우 액티브 ETF의 추가적인 제도 개선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서 본부장은 강조했다.
액티브 ETF는 운용사의 운용능력에 따라 성과가 달라지고 비교 지수는 단순 성과평가 지표에 불과해 비교지수와 동일하게 자산을 구성할 의무는 면제된다. 하지만 국내는 액티브 ETF 역시 상관계수가 0.7미만이면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된다. 패시브 ETF의 상관계수 0.9미만보다는 완화된 기준이지만 매니저의 운용 재량을 제한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미국의 경우 상관계수 규정이 아예 없다.
또한 미국 액티브 ETF의 경우 펀드 구성 종목을 매일 공개하지 않아도 되지만 국내는 기존 펀드와 동일하게 구성종목을 공개해야 한다. 수시로 포트폴리오를 공개해 운용 전략이 노출되는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다만 큰 인기를 끈 아크 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액티브 ETF임에도 구성종목을 노출하고 있다. 구성종목 공개를 통해 시장과 소통하면서 추종매매도 가능한 셈인데 '논 트랜스퍼런트(불투명한) ETF' 허용을 통해 액티브 ETFdml 운용 전략 노출 부담을 줄여주면서 아크처럼 종목 노출은 운용사 선택의 몫으로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서 본부장은 밝혔다.
이와 관련, 올해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신년사에서 액티브 ETF 제도개선 계획을 밝힌 상태다. 상관계수 완화와 자산구성내역(PDF) 지연공개형 도입 검토를 위해 미국 등 주요국의 규제완화 효과 등을 참고해 개선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 액티브 ETF, 퇴직연금 상품으로도 활용 가능
업계 입장에서는 ETF 전도사를 자처했던 삼성자산운용이 패시브 ETF에 이어 액티브 ETF도 선두 자리를 꿰찰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서 본부장은 액티브 ETF 시장 자체의 성장 자체가 먼저이고 삼성자산운용이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이를 이끌어갈 수 있는 리더로서의 역할에 사명감을 드러냈다.
액티브 ETF에 대한 그의 확신은 장기투자 상품으로서의 활용 기대로 이어진다. K-이노베이션액티브 ETF의 경우 아직까지 출시 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으면서 트랙레코드가 부족하지만 코스피 대비 아웃퍼폼을 하고 있고, 향후 액티브 ETF가 니치 마켓으로 성장하면서 연금상품으로서의 매력도 어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린이 입장에서 주식 투자 매력을 느끼지만 엄두가 안 난다면, 또는 퇴직연금으로 펀드를 담고 싶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유연한 대응이 어렵다고 느낀다면 여러 테마를 편입하고 상황에 따라 비중을 조정하면서 꾸준히 성장해갈 수 있는 액티브 ETF가 답이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장을 오랫동안 봐온 만큼 최근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로 흔들리고 있는 시장에서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투자 조언도 물었다. 그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도 말했지만 2~3년간 인플레이션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이커머스들이 상품들을 저렴한 가격에 다양하게 공급하면서 원자재 가격은 크게 오르더라도 소비재 가격이 올라가기 어려운 구조"라고 판단했다.
서 본부장은 "금리가 오르면서 성장주와 가치주의 포트폴리오 균형을 맞출 필요는 있고, 2월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당장은 시장이 부진할 수 있지만 성장주가 꺾이진 않을 것"이라며 "반도체나 자동차 업체들의 실적은 계속 좋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