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침을 겪고 있는 '가치투자의 명가'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ESG 운용전략을 접목한 펀드를 내놨다.
위기를 돌파할 구원투수로 투입된 이석로 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펀드인 만큼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한국밸류운용은 27일 '한국밸류 10년투자 주주행복' 펀드를 '한국밸류 지속성장ESG' 펀드로 리뉴얼해 출시한다고 밝혔다.
ESG 중 G(Governance, 지배구조)를 집중 분석하다가 E(Environment, 환경)와 S(Social, 사회)를 포괄하는 방향으로 운용전략을 확장했다. 펀드를 구성할 때는 전문 평가기관의 등급을 참고해 '네거티브 스크리닝'을 적용한다. 네거티브 스크리닝은 ESG 기준에 못 미치는 기업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지 않는 전략이다.
초과 성과 창출을 위해 ESG 모멘텀 전략도 추가했다. ESG 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는 종목을 선별 투자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ESG 전문 리서치업체 서스틴베스트와의 협력을 통해 전략 개발과 유효성 검증을 마쳤다.
한국밸류운용은 과거 가치주 중심의 장기 투자 전략으로 뛰어난 성과를 올리며 명성을 높였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성장주 위주의 장세가 계속되면서 가치주 위주의 구성이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대부분 펀드의 수익률이 지수 상승률을 밑돌면서 자금 유출이 계속됐다.
그 여파로 지난해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이채원 대표가 물러나고, 이석로 한국투자신탁운용 부사장이 새롭게 사령탑을 맡았다. 한국밸류 지속성장ESG 펀드는 이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내놓는 펀드라는 점에 의미를 둘 만하다.
한국밸류운용이 선택한 ESG는 국내를 넘어 전 세계적인 투자 트렌드다. 지난 1분기 말 기준 글로벌 ESG 펀드 규모는 1조9845억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대치를 달성했다. 직전 분기보다 20%, 1년 전보다는 137% 급증했다. 국내 ESG 펀드 설정액 역시 최근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ESG 펀드가 쏟아지면서 한국밸류운용처럼 기존 펀드를 리뉴얼해 ESG 펀드로 재출시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된다. 올 초 한국투신운용은 지난 2008년 출시한 '한국투자한국의힘아이사랑펀드'를 리뉴얼해 '한국투자ESG펀드'를 내놓기도 했다.
이석로 한국밸류운용 대표는 "ESG 투자는 정량적 근거에 의한 판단보다 기업에 대한 이해와 통찰력이 매우 중요하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오랜 기간 기업에 대한 바텀업(bottom-up) 리서치를 바탕으로 펀드를 운용해 온 만큼 여느 ESG 펀드보다 우수한 성과를 낼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