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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조성 증권사에 칼 뺀 금감원…시장교란 혐의 첫 적용

  • 2021.09.07(화) 16:04

과징금 규모만 총 480억원…역대급

금융감독원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시장조성자 역할을 맡고 있는 국내외 증권사들이 시장을 교란했다면서 5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과징금을 예고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증권사들은 시세조종 등의 의도가 없이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시장조성자 업무를 수행했다는 입장이지만 금감원은 의도가 없더라도 시장교란 행위가 성립한다고 못 박았다. 

여의도에 위치한 금융감독원./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시장조성자에 칼 빼든 금감원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 신영증권, 부국증권 등 국내 증권사 6곳과 외국계 증권사 3곳에 대해 시장질서 교란 행위를 이유로 총 48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를 사전 통보했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가 시장조성자로서 국내 주식시장을 교란했다고 판단했다. 과도한 주문 정정이나 취소로 주식 시세에 영향을 줬다고 지적이다. 

시장조성자는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들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증권사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해당 종목에 대해 상시로 매도와 매수 양방향 호가를 제시해 원활한 거래를 돕는 게 주된 역할이다. 현재 파생시장을 제외한 코스피와 코스닥 등 주식시장에서 총 14개 증권사가 시장조성자로 참여하고 있다.시장질서 교란 적용…이례적

금감원이 시장조성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시세조종'이 아닌 '시장질서 교란'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자본시장법상 주식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는 미공개정보이용과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다만 여기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시장질서를 교란하는 행위는 금지되고 위반 시 과징금을 부과한다. 

시장질서 교란 행위는 크게 정보이용형과 시세관여형으로 나뉘는데 금감원은 이번에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시세관여형 항목을 적용했다. 시세관여형 시장질서 교란 행위에는 거래가 체결되지 않은 상태의 허수주문(주문제출·취소) 등이 포함된다. 

금감원은 시장질서 교란 행위의 경우 시세조종의 목적성이 없더라도 교란 행위 자체로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된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조성자 주문에서 호가 제출 후에 해당 호가를 빈번하고 반복적으로 정정 취소한 행위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해당 호가를 반복적으로 정정 취소해 시세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으면 위반행위가 된다"라고 말했다. 

과징금 부과 선례도

금감원은 시세조종 목적성이 없더라도 과징금을 부과한 선례도 근거로 들었다. 

금감원은 올해 초 증권사들이 개최한 이벤트 상금을 취득할 목적으로 가장매매를 한 투자자 3명에 대해 시장질서 교란 행위로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금액이 많은 고객에게 상금을 지급하는 이벤트에 참여한 일부 투자자들이 가족과 친인척 명의로 다수 계좌를 확보한 뒤 계좌들 간 대규모 ETF 거래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가장매매를 했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각각 약 200만~300만 주씩 가장매매를 통해 100여 차례 ETF 이벤트에서 인당 2억~3억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이런 방식의 가장매매가 다른 시장참여자들이 해당 종목의 거래가 활발한 것으로 오인하도록 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줬다고 판단해 1억5000만원에서 2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과징금 부과 조치는 사전통보여서 아직 확정되진 않았다. 금감원은 조치 대상자인 시장조성자(증권사)들을 대상으로 소명 절차 등을 거쳐 제재 수위를 확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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