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위법 논란이 발생한 시장조성자 제도에 임시 중지 카드를 내놨다. 금융감독원이 시장조성 증권사들에 '시장교란' 혐의로 500억원에 가까운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면서 논란이 일자 내놓은 조치다.
앞서 금감원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증권업계는 '거래소 규정을 지켰다'고 반발하며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거래소는 해당 제도에 임시 제동을 걸었다.
시장조성 의무 일시 면제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7일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시장조성자 14곳 모두에 시장조성 의무 면제 신청을 받는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시장질서 교란행위 혐의로 과징금 통보를 받은 9곳을 포함한 신청회사에 한해 시장조성 의무를 면제해주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시장조성 의무 면제는 지난 2일을 기점으로 적용되며 기한은 미정이다.
이번 조치는 거래소와 증권사들이 맺은 시장조성 계약에 따른 시장조성 활동이 구조적으로 자본시장법상 시장질서 교란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어 이를 차단하겠다는 목적이다.
지난 2015년 도입된 시장조성자 제도는 유동성이 부족한 종목들이 원활하게 거래될 수 있도록 증권사를 통해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을 말한다.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해당 종목에 대해 상시로 매도와 매수 양방향 호가를 제시, 거래를 돕고 가격 안정성을 높이는 게 주된 역할이다.
시장조성 계약에 따라 시장조성자들은 시장조성 호가 유지 의무가 있다. 거래소는 매 분기별 사장조성 증권사를 대상으로 시장조성 호가 유지 의무 이행 정도와 시장조성 활동 적극성에 대해 평가한다. 결과에 따라 시장조성자 지위가 박탈될 수 있는 만큼 증권사들은 매수·매도를 통해 적극적인 호가 조성에 나선다.
거래소 "위법론 불거진 제도, 강제 어려워"
하지만 이것이 결론적으로 시장조성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금감원이 주문·정정·취소가 너무 빈번하다며 제동을 건 것이다. 증권사들이 시장조성과 관련된 규정과 계약을 따랐음에도 과징금을 맞게 되면서 시장조성제도 자체의 존립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거래소 측은 시장조성 의무 면제 이유에 대해 위법 논란이 있는 시장조성자 제도를 증권사들에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조성자로 참가한 증권사들을 둘러싸고 위법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그 부담을 떠안고서 계속 시장조성 의무를 이행하라고 강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이에 신청한 회사에 한해 시장조성 의무를 면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다만 거래소 측은 고유동성 종목을 시장조성대상 종목으로 선별했다는 지적에 대해선 아쉬움을 전했다. 국내 시장은 시장조성대상 종목 선별 시 별도의 기준을 두는 등 글로벌 시장 대비 더욱 까다롭게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니터링 측면에서도 '시장조성 종목 조기 졸업 제도' 등을 두고 분기별 평가를 통해 유동성이 기준보다 높은 채로 2분기 연속 지속 시 시장조성계약을 해지토록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즉각적으로 시장조성 종목 계약 해지를 하는 것은 시장 상황이나 계약 관계에 있어 적절치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해 증권업계는 금감원과 거래소의 처사가 모두 부적절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소의 이번 조치는 제도의 미비성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며 "만일 제도가 문제라면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기존 제도를 올바르게 따른 증권사들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증권사 입장에선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진 격"이라며 "금감원과 거래소 양자간 입장 정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총 1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댓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