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이 역대급 호황을 나타낸 가운데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는 기업(기업인수목적회사 제외)과 이들이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규모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업 성장의 밑거름이 되는 모험자본 조달과 함께 국민 자산 증식 측면에서 코스닥 시장이 질적·양적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친 것으로 평가된다.
'체질개선 성공' 코스닥…역대급 기록 잔치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에 데뷔한 신규 상장 기업 수는 총 115개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5년 122개사 이후 가장 많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와 합병을 통해 증시에 합류한 24개사를 제외한 신규 상장 기업은 총 91개사로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규 상장 기업이 급증한 데는 기술특례 상장제도의 문을 두드리는 기업이 많아진 영향이 커 보인다. 기술특례 상장제도는 회사 매출이나 영업이익 등 경영성과는 상장 기준에 미달되지만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들에 한해 거래소가 지정한 전문평가기관이나 상장주선인 추천으로 상장할 수 있게끔 만든 제도다.
이 제도를 통해 상장한 신규 기업 수는 31개사로 지난 2005년 도입 이래 처음으로 연간 30개사를 돌파했다. 이와 더불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하는 기업 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이전 상장을 통해 코스닥에 합류한 기업은 13개사로 코넥스가 개장한 지난 2013년 7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처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증시에 합류하는 기업이 늘면서 시장 내 산업군도 다양해졌다.
과거 바이오주 비중이 컸던 기술특례 상장의 경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4차산업 관련 기업들의 참여가 늘면서 비(非)바이오 업종 비중이 확대됐다. 이는 수치로도 나타난다. 올해 기술특례 제도를 통해 상장한 바이오 기업이 9개사, 이외 업종에 속한 기업은 22개사에 달한다.
지난 2019년 일본과 무역 마찰로 인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을 대상으로 상장예비심사 기간을 기존 45영업일에서 30영업일로 단축해주는 '패스트 트랙'을 도입하면서 이들 기업의 신규 상장이 급증한 점도 코스닥 업종 다양화에 기여했다.
실제 소부장 기업은 제도가 채택된 2019년 1개 기업을 시작으로 지난해 17개 기업이 상장했고, 올해는 26개 기업이 혜택을 누렸다.
공모금액·수익률 모두 '윈윈'
상장 채널이 다양해지고 업종 분포가 입체화되면서 공모금액도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 신규 상장한 기업들이 코스닥시장을 통해 조달받은 금액은 3조6000억원으로 직전 최고 기록인 2017년 3조5300억원을 넘어섰다. 신인들 가운데 공모 규모가 가장 큰 기업은 HK이노엔(구 CJ헬스케어)으로 6000억원 가까운 자금을 조달했다.
이와 함께 신규 상장 기업의 시장지수 대비 초과 수익 종목 비중과 평균 초과 수익률 모두 최근 10년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실제 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공모가와 이달 24일 종가를 비교해 보면 코스닥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거둔 종목의 비중은 58.1%다. 이는 기존 최고 기록인 2016년 56.4%를 1.7%포인트 가량 상회한다.
같은 기간 및 조건으로 산출한 평균 초과 수익률은 38.5%로 집계도 종전 최고 수익률인 지난해 30.3%를 크게 웃돌았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높은 기술력과 잠재력을 보유한 혁신기업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