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은 국내 증시의 오랜 과제다. 매년 6월은 그 1차 관문격인 MSCI 워치리스트(관찰대상국)가 발표되는 달로, 정부가 이에 앞서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어서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1992년 MSCI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우리나라 증시는 2008년부터 세 차례나 선진국 편입을 시도했지만 모두 무산된 바 있다. MSCI가 지난해 발표한 시장 접근성 평가 기준으론 6가지 항목에 미달했다. 외환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평가다.
'증시에선 선진국 아니야'…외환시장 자유도 관건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환시장 선진화는 윤석열 정부의 110대 국정과제에서 자본시장 혁신 과제의 각론으로 포함됐다. 대외거래 규제를 완화하고 외환시장 접근성을 개선해 자본시장의 성장을 도모한다는 게 골자다.
이에 맞춰 기획재정부도 이달 외환시장 선진화와 관련한 세부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 운영시간을 연장하고 해외 금융기관들의 국내 외환시장 직접 참여 허용 범위를 구체화하는 내용이 여기에 담긴다.
시장에서는 특히 이 선진화 방안이 MSCI의 워치리스트 발표 이전 공개될 예정인 만큼 국내 증시의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MSCI 선진국 지수로 분류되려면 적어도 1년 이상은 이 워치리스트에 등재돼야 하기 때문이다.
MSCI는 세계 증시를 선진시장(DM)과 신흥시장(EM), 프런티어시장(FM) 시장으로 분류한다. 우리나라는 중국, 인도, 태국, 브라질, 그리스 등과 함께 EM 지수로 분류된다. 기준은 크게 △경제 발전 △주식시장의 규모와 유동성 △시장 접근성 등 3가지로 나뉜다. 우리나라 증시는 마지막 요건에 미달되곤 했다.
실제 지난해 워치리스트 등재가 불발된 요인 역시 역외 외환시장 부재 등으로 '외환시장 자유화 정도'에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때문이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MSCI의 지적 대상이었다. 현재 MSCI 선진국 지수로 분류된 23개국은 모두 역외 외환시장이 있다.
현재로서는 외환시장 운영시간(오전 9시~오후 3시30분)을 영국 런던 마감 시간인 새벽 1시까지로 연장하고, 역외 원화 거래시 국내 외국환 은행을 거치지 않아도 되게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해외 금융기관이 국내 외환시장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골드만삭스 52조 유입 전망…"체질 개선 계기 삼아야"
MSCI 지수는 추종 자금 규모가 세계 주요 지수 가운데 가장 크다. 지난해 6월 기준으로만 16조3000억달러 규모다. 때문에 선진국 지수로 승격될 경우 대외 신뢰도가 올라가는 데다 이를 기반으로 한 투자자금이 대거 유입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온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한국의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시 440억달러(한화 약 52조4084억원) 이상의 해외 자금이 유입되고, 코스피도 현재 수준(보고서 발간 올해 2월 기준)에서 35% 상승한 3760대로 올라간다.
박지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우존스(Dow Jones)지수는 1999년부터, 스탠더드앤푸어스(S&P)는 2008년부터,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는 2009년부터 한국을 선진국으로 분류했는데 유일하게 MSCI만 우리나라를 EM으로 구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만성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선진국 지수 편입으로 기대해 볼 수 있는 시장 변동성 축소 효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짚었다.
다만 선진국 지수 편입에 따른 반대급부로 신흥국 지수로 유입된 자금이 빠져나갈 우려도 일각에서는 제기된다. 외환시장 자유화 방향이 자칫 환투기 세력의 악용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MSCI 선진국 지수 편입과 관련해 "투자자금이 더 많이 들어오겠지만 통화관리가 제대로 안 되면서 외국인 투자금이 다시 빠져나가고 우리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국 선진국 지수 편입 자체에 연연하기보다 이를 국내 증시 성장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평가다.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분석 자료들만 봐도 선진국 편입 시 자금 순유입과 증시 변동성 감소라는 긍정적인 효과가 따를 것"이라면서도 "숙원과제는 맞지만 선진국 편입 그 자체보다 유동성 확충이나 시장 하부구조 개선 등을 통해 국내 증시의 체질을 강화할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