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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짜였는데'...부동산PF 경고에 떠는 중형 증권사

  • 2022.08.01(월) 07:23

중형사 채무보증 수수료 전년 대비 50%↑
신평사 "후순위 익스포져 높은 중형사 위험"

부동산 시장에 겨울이 찾아오면서 중형 증권사들의 주요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경고등이 켜졌다.

그간 부동산PF 사업을 통한 채무보증 수수료의 매출 비중을 대폭 늘려왔던 중형 증권사들은 채무변제 순위가 중순위나 후순위로 배치된 경우가 많아 대형 증권사보다 타격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에 리스크 관리를 지시한 가운데 신용평가사들은 부동산PF 관련 익스포져를 등급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예고했다.  

/사진=비즈니스워치

부동산PF 비중 늘려온 중형사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 24곳의 채무보증 관련 수수료 수익은 595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약 2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형 증권사들의 몫이 컸다. 자기자본 규모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의 채무보증 수수료 합계는 작년 1분기 5% 감소한 반면, 4조원 미만 증권사의 수수료 합계는 50% 증가했다. 

증권사들은 대출채권이나 어음에 대해 보증을 서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이중 부동산 PF 관련 건이 대부분인 것으로 추정된다. 부동산 PF는 건물 시공에 필요한 자금을 모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유동화 증권에 증권사가 채무보증을 맡는 형태로 진행된다.

지난 수년간 증권업계는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투자은행(IB) 사업 가운데 부동산 PF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

지난 2019년 당국이 부동산 PF 익스포저 관리 규제를 강화한 이후 대형사들이 제약을 받게 되자 당시 비교적 채무보증 비율이 높지 않았던 중형사로 분배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더욱이 지난 2년간 부동산 시장이 부흥기를 맞으며 부동산 PF는 중형사들의 알짜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부동산 PF가 증권사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사례가 빈번해지며 주택 경기에 찬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부동산 PF를 확장해온 중형 증권사의 수익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업권에 부동산 PF 리스크 관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업무보고에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가뜩이나 자기자본 규모가 작은 중형사들로선 타격이 커질 전망이다. 국내 3대 신평사중 하나인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에 따르면 올 1분기말 증권사의 자기자본 대비 우발부채, 대출채권, 부동산펀드, 지분증권 등 부동산 관련 익스포져 비중은 자기자본 1조원 미만 5000억원 이상인 중형사가 71%로 가장 높다. 4조원 이상인 초대형사은 70%, 4조원 미만 1조원 이상인 대형사는 62%다. 

상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후순위성 익스포져가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변제 우선순위가 밀려 디폴트(채무 불이행)시 회수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나신평이 전체 부동산 익스포져에서 중후순위 익스포져가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한 결과, 초대형사는 평균 30%로 집계됐으며 대형사는 57%였다. 중형사는 압도적으로 높은 70%를 기록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kym5380@

신평사 "모니터링 강화"...증권사 고삐죈다

이처럼 부동산PF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신용등급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중소형사들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 기류가 감지되고 있어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지난달 나신평은 SK증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이미 신평사들은 부동산 PF 관련 위험을 신용등급 평가에 반영할 것을 예고해둔 상태다. 나신평은 "향후 3가지 모니터링 지표를 중심으로 증권사별 부동산 익스포져 위험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투자지역 및 물건, 분양률, LTV, 신용보강구조 등 세부현황을 신용등급에 반영할 방침이다.

김기필 나신평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1실장은 "우발부채가 현실화되거나 대출채권이 대손처리될 경우 증권사 손익이나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5월 한국신용평가 역시 증권사 전망 리포트를 통해 "중소형사의 부동산 관련 채무보증의 질적 위험도 높아진 상황"이라며 "이를 적절하게 통제하지 않을 경우 자산건전성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리스크 관리 강도를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중형사 관계자는 "높은 금리와 원자재값 상승으로 신규 딜이 많이 사라진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는 곳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며 "실사 등 리스크 관리에 평소보다 철저히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 수익원인 만큼 당장 부동산 PF 사업 계획을 축소하긴 어렵다는 얘기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금감원에서 자기자본 대비 부동산 채무보증 비율을 100% 이하로 제한하고 있는 만큼 그 기준을 지키며 하반기에도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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