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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개기로 주가 저렴해진 빅테크...수익률은 '글쎄'

  • 2022.08.02(화) 13:50

아마존·알파벳·게임스탑 액면분할 나서
경기침체 우려 속 액분효과 이전만 못해

액면분할은 통상 주식시장에서 호재로 인식된다. 발행 주식을 쪼개는 것으로 1주당 가격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만 아마존을 시작으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테슬라, 게임스탑 등이 액면분할에 나서며 주가 부양에 나섰다. 저렴해진 주가에 눈독을 들이는 국내투자자도 많아졌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이들 종목의 수익률은 미미하다. 증권가에선 액면분할 자체가 장기적인 주가 부양 재료가 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보단 하반기 경기지표와 기업 성적표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빅테크, 액면분할로 주가 '심폐소생'

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알파벳 주가는 1일(현지시간) 전 거래일 대비 1.26% 내린 114.86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앞서 알파벳은 지난달 18일부로 20대 1의 액면분할을 실시해 주당 2000달러대의 비대한 몸집을 100달러대로 줄였다.

알파벳뿐만 아니라 최근 나스닥에 상장한 빅테크 기업들 사이에선 액면분할 유행이 불고 있다. 게임스탑은 지난달 22일 4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진행했다. 지난 6월6일에는 아마존이 20대 1로 주식을 쪼갰다. 

테슬라도 두번째 분할을 예고했다. 2020년 8월 5대 1 비율로 주식을 분할한 후, 2년 만에 다시 3대 1 비율로 액면분할을 실시한다. 테슬라는 지난 6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액면분할 계획을 신고한 데 이어 오는 8월 주주총회에서 이 안건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들이 연달아 주식 쪼개기에 나서는 건 주가 부양 목적이 크다. 빅테크 종목들은 올 들어 경기 침체 여파로 줄줄이 내림세다. 이들이 거래되는 나스닥 지수는 작년 말 대비 22%가량 빠졌다. 

통상 액면분할을 실시하면 유동주식 수가 많아져 거래가 활발해지는 동시에 1주당 가격이 저렴해진다. 지난 2020년 8월31일 액면분할을 한 테슬라의 주가는 살펴보면 분할 당시 400달러대에서 같은 해 말 800달러대로 2배 넘게 뛰었다. 비슷한 시기 애플도 액면분할 발표로 10% 급등했으며 이후 상승세를 이어갔다.

액면분할에 나서는 또 다른 목적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다우존스 지수는 30개 우량 주식으로 구성되는데, 단일 종목의 주가가 너무 높으면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질 것을 우려해 주당 가격이 과하게 높은 종목은 편입하지 않는다.

실제 아마존과 알파벳의 경우 이번 액면분할로 다우존스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그래픽=유상연 기자 prtsy201@

액면분할 이후 수익률은 '미미'

평소 접근하기 어려웠던 빅테크들의 주가가 저렴해지면서 이들 종목을 찾는 서학개미(해외주식에 직접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늘어났다. 

국내투자자들은 지난 6월 한달간 아마존을 616만달러(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36위) 순매수했다. 7월에는 알파벳과 게임스탑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알파벳(3위)과 게임스탑(30위)을 각각 4466만달러, 616만달러씩 순매수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액면분할의 주가 부양 효과는 예전만 못한 모습이다. 알파벳은 액면분할 첫날인 18일 109.03달러에서 26일 105.02달러로 하락했다. 이후 110달러대로 오르긴 했으나 액면분할 효과보단 2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과 달리 어닝쇼크를 피한 덕분이라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게임스탑 역시 액면분할 가격이 반영되기 시작한 날 35.78달러의 종가를 기록하는 등 2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해 32.43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아마존 역시 6월6일 124.79달러로 출발해 7거래일 만에 102.31달러까지 하락했다. 다시 120달러대를 회복한 건 이달 20일이 돼서였다. 2분기 실적이 발표된 직후인 29일에는 134.95달러까지 치솟았다. 2분기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매출액이 예상치를 상회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기술주와 성장주에 불리한 거시경제 환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선 섣부른 접근은 유의하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나온다. 안소은 KB증권 연구원은 "(빅테크의) 펀더멘털은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는데 가격대가 낮아졌다는 이유만으로 접근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빅테크에 대한 관심 자체는 유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안 연구원은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진 상황인데다 연간 주당순이익(EPS) 예상치가 많이 떨어지고 있어 실적 시즌엔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면서도 "빅테크는 이미 가격 조정이 과도하게 이뤄진 만큼 실적 관련 불확실성이 지나간 후에 점진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우량 기술주에서도 밸류에이션이 장기 추세를 하회하는 종목을 중심으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했다. 이어 "반면, 베어마켓 랠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중소형 기술주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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