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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스토리]"설마했는데"…티몬·위메프 '갭투자'의 몰락

  • 2024.07.25(목) 07:00

티몬·위메프, '대금 미지급' 사태
판매자 이탈 시작…현금 동원력에 문제
투자금으로 규모 불리는 성장경영의 끝

/그래픽=비즈워치

끝없이 성장할 것만 같던 이커머스 업계에 결국 이런 상황이 왔습니다. 올 여름 유통업계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큐텐 사태' 이야기입니다. 지난 주 <주간유통>에서 큐텐 이야기를 다루며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면 큐텐과 구영배 대표를 수식하는 말이 '사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었는데요. 한 주만에 이 이슈는 '사태'로 결론이 났습니다. ▷관련기사 : '큐텐 신화'의 균열…커져가는 '의심 스노우볼'

큐텐 사태

이번 이슈가 촉발된 건 위메프의 일부 셀러들이 대금을 제때 지급받지 못하면서입니다. 여러 SNS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에 대한 글이 올라왔고, 곧 기사화되면서 큐텐과 티몬, 위메프의 현금 보유력과 지급 능력이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때만 해도 '설마'라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미지급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고 곧 해결하겠다는 입장도 나왔거든요.

하지만 불과 한 주일 만에 문제가 수습 불가능한 수준으로 확대됐습니다. 12일까지 해결하겠다던 미지급 문제는 그 다음주에도 해결되지 않았고 돈을 받지 못했다는 셀러는 늘어만 갔습니다. 큐텐은 또 한 번 해결책을 내놨지만 이 역시 신뢰를 주지 못했습니다. '줄 돈이 없다더라'라는 소문도 퍼졌습니다.

그래픽=비즈워치

그 다음은 정해진 수순입니다. 엑소더스(대탈출)죠 .돈을 받지 못할 것으로 우려한 입점 셀러들이 빠져나갔고, 구매해 뒀던 현금성 포인트와 제품을 받지 못할 것이라 생각한 소비자들은 릴레이 환불 요구에 나섰습니다. 여행 상품 셀러들은 이미 결제가 끝난 상품을 취소시키기도 했습니다. 카드사들과 상품권 발행사들도 큐텐·티몬·위메프와의 거래를 중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은행도 이들에 대한 선정산대출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결말까지는 순간입니다. 티몬과 위메프는 현금이 넉넉한 회사가 아닙니다. 10년 넘게 적자경영을 하며 일찌감치 완전자본잠식에 들어갔고 현금 보유량도 바닥을 드러냈습니다. 신규 매출로 기존 매출을 정산하는 '돌려막기' 구조로 덩치를 키워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수익 모델은 신규 매출이 막히면 바로 무너집니다. '머지포인트'가 이렇게 몰락했습니다.

갭투자와 갭투기 사이

이번 사태를 보며 떠오른 사건이 있습니다. 지난 2022년 국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었던 '빌라왕' 사태입니다. 단 한 명이, 돈 없이 수십, 수백채의 집을 살 수 있는 '갭투자'가 큰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걸 알려준 사건이었습니다. 

갭투자의 기본 전제는 '집값은 오른다'입니다. 은행은 집값이 오를 것을 믿고 대출을 해 주고, 집주인 역시 집값이 오를 것을 믿고 또다른 집을 매입합니다. 이 전제가 무너지면 유지되기 힘든 구조입니다.

티몬과 위메프를 위시한 국내 이커머스 기업들이 그랬습니다. 매년 수백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도 끊임없이 투자를 받고, 직원을 뽑고, 건물을 늘렸습니다. 매출만 늘어나면 언젠가는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품을 팔고 남은 돈은 모조리 더 많은 매출을 내기 위해 써버렸죠. 남은 돈이 없으니 매달 돌아오는 셀러들의 대금은 그 다음 달 들어오는 새로운 매출로 갚아나갔습니다.

구영배 큐텐 대표/그래픽=비즈워치

티몬은 지난 6년간 5000억원 넘는 적자를 냈습니다. 지난해 감사보고서는 아직 제출도 하지 않았죠. 위메프도 6년간 낸 적자가 3000억원이 넘습니다. 큐텐은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위시를 인수하느라 또 수천억원 이상을 썼습니다. 나름의 '성공 공식'이었을 겁니다.

그렇게 성공한 기업도 물론 있습니다. 쿠팡이 대표적입니다. 수년간 수조원의 적자를 냈지만 "계획된 적자"라는 주장을 이어나갔죠. 투자를 받아 회사를 굴리고, 번 돈을 다시 재투자해 덩치를 키우고, 또다시 투자를 유치해 또 한 번 덩치를 키우는 '무한 투자·무한 성장 선순환'을 노린 겁니다. 그 결과, 쿠팡은 돈을 버는 기업으로 거듭났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실패를 겪은 투자자들이 신중해지기 시작하면서 이런 '선순환' 공식이 통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졌습니다. '오늘회'가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SSG닷컴과 컬리, 오아시스, 11번가 등 내로라하는 이커머스 기업들은 상장에 실패했습니다. 투자가 곧 성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지속 가능한 성장

이번 큐텐 사태는 이런 '돌려막기식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연간 수조원의 거래액을 굴리는 기업도 단숨에 몰락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만일 큐텐이 이번 사태를 잘 해결하더라도 이미 잃은 신뢰와 거래처를 되찾긴 어려울 겁니다. 그러기에는 이 시장에 대체재가 너무나 많습니다. 

이번 사태가 큐텐과 티몬, 위메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국내 이커머스 중 영업이익을 내는 곳은 많지 않습니다. 11번가와 롯데온, SSG닷컴은 이미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처음으로 연간 흑자를 낸 쿠팡도 1분기엔 흑자 규모가 줄었습니다. 공정위 과징금 등의 영향을 고려하면 자신있게 흑자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붙이기는 어렵습니다.

구영배 큐텐 대표 약력/그래픽=비즈워치

큐텐 사태는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의 적자를 내면서도 "성장 중"이라고 말하던 기형적인 이커머스 시장에 교훈이 될 겁니다. 이제는 지금처럼 대책없는 성장 모델이 아닌, 지속 가능한 경영 모델을 추구해야 합니다. 실제로 최근 들어 많은 이커머스 기업들이 외형 성장보다는 영업이익 등 내실을 채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이에 판매 대금을 받지 못하고, 구매한 상품을 받지 못한 판매자와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는 1년에 한 번 있는 여행 계획이 날아갔고 다른 누군가는 한 달 내내 열심히 제품을 판 돈을 두 달 넘게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티몬과 위메프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 역시 피해자입니다. '이커머스 1세대' 구영배 대표는 큐텐 사태를 어떻게 해결할 까요. 업계의 맏어른다운 책임감을 보여 주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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