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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합에 진정?' CP금리, 북클로징 시즌 리스크 '여전'

  • 2022.12.06(화) 15:42

내림 없이 연 5.54%까지 상승…2009년 금융위기 수준
연말 기관 수급 공백에 신탁·MMF 환매 등 뇌관 존재

채권시장이 금융당국의 유동성 지원에 다소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단기자금시장에는 레고랜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의 불씨가 여전한 모습이다. 대표적인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 금리는 고공행진 끝에 이달 연 5%대 중반을 뚫고 말았다. 레고랜드 사태로 추락한 시장 신뢰가 회복되지 못했다는 증거다. 

일각에서는 CP 금리가 최근 보합권에 들어섰다는 점에 주목하지만 이 역시 금리가 내려가는 등 안정세가 뚜렷한 국고채와는 온도 차가 있다. 특히 단기자금시장의 경우 연말 북클로징(회계연도 장부결산)으로 기관투자자들의 수급 공백 등이 더해지고 있어 또 한번 금융시장의 화약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래픽=비즈니스워치

금융위기 수준 CP 금리, '안정세' 국고채와 대조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용등급 A1 기준 CP 91일물 금리는 이달 들어 연 5.54%까지 뛰었다. 레고랜드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9월 말 이후 하루도 빠짐없이 오른 결과다. 당시 연 3%대 초반이던 CP 금리는 두달여 만에 2%포인트 넘게 급등해 이제 5%대 중반이 돼 버렸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월12일(연 5.66%) 이후 약 13년 만의 최고치다.

CP 금리는 연초만 해도 1%대 중반에 머물렀다. 다만 미국의 고강도 긴축과 인플레이션 여파에 금리 상승이 불가피했고 시장에서는 대외 상황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지난 9월 말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해 강원도가 디폴트 선언을 했고, 이는 CP 금리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가장 안정적이어야 할 지방자치단체 보증 채권이 시장 불신의 도화선이 된 탓이다. 레고랜드 ABCP는 CP 가운데서도 최고 등급인 'A1' 등급이었다. 하지만 디폴트 선언으로 A1 등급 이하 CP는 웬만한 금리로는 팔리지도 않는 '휴지조각' 신세가 됐다.

금융당국이 뒤늦게 손을 쓰면서 그나마 국고채 등 다른 채권금리는 안정화되는 모습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월23일 '50조원+알파(α)' 규모의 유동성을 풀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채권시장안정펀드 5조원을 추가 조성하고 국채 및 한전채(한국전력공사 채권) 발행을 축소하는 추가 대책도 발표했다. 

이에 힘입어 지난 9월 연 4%대 중반도 뚫었던 국고채 3년물은 이달 들어 3%대 중반으로 안정됐다. 한전채 금리 또한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최근 연 5%대 초반까지 내려온 상태다. 한전채는 불과 한달여 전 금리가 연 6%에 육박한 바 있다.

북클로징에 연말 CP 차환 리스크까지…단기시장 '뇌관'

그러나 CP 금리는 당국의 유동성 공급책에도 좀처럼 내려올 줄을 모르고 있다. 지난달 25일 연 5.5%를 찍으며 5%대 중반에 들어선 이후 이달 1일에는 5.54%까지 뛰었다. 전일까지는 3거래일 연속 보합을 유지했지만 이 역시 내림이 아닌 유지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언제든 금리가 다시 치솟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불안정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정성·정량적으로 실효성을 갖춘 대책 못지않게 시장 내부적으로 안정화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필요하다"며 "최근 금융당국의 임시방편격 정책 대응이 내년 1분기에 종료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의 추세적 하락 전환으로 보기에는 아직 판단할 것들이 많다"며 "국내 크레딧 시장(국고채 제외 모든 채권시장) 여건을 고려할 때 현재 금리 레벨에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 북클로징 시즌이 닥치며 수급이 불안정해진 점 또한 단기자금시장의 취약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통상 회계연도 장부를 마감하는 시기에 기관투자자들은 장부상 수익이나 손실이 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때문에 북클로징 시기 때는 채권 거래량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가뜩이나 금리를 높게 불러도 안 팔리는 마당에 수요 자체가 옅어지는 것이다. 

기업들이 연말을 앞두고 현금 확보 차원에서 신탁이나 머니마켓펀드(MMF) 환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도 단기자금시장에는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CP는 주로 증권사 신탁이나 자산운용사의 MMF에 편입돼 있기 때문이다. 이들 금융상품에 대한 환매 요청이 들어오면 결국 앞서 발행된 CP는 차환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현재 상황에서는 금리가 더 뛰게 되는 요인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국고채와 한전채 발행 축소 등 채권시장 수급 안정책을 내놓았지만, 단기자금시장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며 "특히 연말 자금수급 변화와 부동산 경기 부진 등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감안하면 단기자금시장에 가시적인 성과가 확인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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