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 전환사채(CB) 발행이 최근 대폭 늘어난 가운데 금융당국이 사모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에 강한 경고음을 날렸다.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를 매매·중개하는 증권사의 불건전영업행위도 예외는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사모 전환사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엄단을 위해 조사, 공시, 회계, 검사 등 자본시장의 모든 부분이 참여하는 '사모 전환사채 합동대응반'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에 따르면 최근 기업들의 사모 전환사채 발행이 크게 늘었다.
2013년~2015년 4조6000억원(481건)에 불과했던 사모 전환사채 발행규모는 최근 3년(2020년~2022년) 동안 23조2000억원(1384건)으로 급증했다.
전환사채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 중 하나다. 특히 49인 이하 특정인에게 발행(제3자 배정)하는 사모 전환사채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발행하는 공모형태와 달리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2021년 발행한 전환사채 601건 중 공모형태는 3건에 불과했다. 나머지(598건)는 모두 사모형태였다. 사모 전환사채는 기업이 자금 확보를 위해 가장 손쉽게 선택하는 방법인 것이다.
하지만 빈번한 사모 전환사채 발행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례도 다수 나타나고 있다.
전환사채를 인수한 이후 시세 조종 또는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높여 차익실현을 하는 등 부당이득을 취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행위를 한 곳이 아닌 여러 상장사를 대상으로 하는 사례도 있다. 에디슨EV 주가조작 사태가 대표적이다.
전환사채 풋옵션(회사가 먼저 나서서 채권을 갚겠다고 선언하는 것) 문제도 늘 언급되는 사례다. 전환사채를 발행한 뒤 풋옵션을 행사하고 이를 최대주주 또는 제3자에게 헐값에 재매각해 특정인이 지분을 늘릴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엔 대용납입(현금이 아닌 다른 것으로 채권대금 납입하는 것)을 통한 주주가치 훼손이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상장사가 사채발행 대상자로부터 비상장주식 등 자산을 양수하면서 전환사채를 발행하고, 이때 채권 납입금과 자산양수대금을 상계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대용납입한 자산이 부실화하면서 평가손실로 발생하고, 이 여파로 감사의견 거절까지 나오면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대용납입을 활용한 전환사채 발행규모는 2019년 3584억원에서 2020년 4544억원으로 늘었다가 2021년 1771억원으로 다소 줄어든 뒤 지난해 다시 1조1352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상황이다.
금감원은 이처럼 사모 전환사채를 활용한 불공정행위와 주주가치 훼손 사례가 지속 증가함에 따라 모든 역량을 집중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해에도 전환사채 악용 불공정거래에 대한 집중감시체계를 가동하면서 에디슨 EV 등 16건의 전환사채 불공정사건을 처리한 바 있다.
현재는 14건의 전환사채 관련 중대사건을 조사중이며, 금감원은 빠른 시일 내에 조사를 마치고 패스트트랙을 통해 검찰에 사건을 이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발행내역 전수점검 등을 통해 56개 상장사의 문제행위를 추가로 발굴해 매매분석 등 조사를 진행 중이다.
또 금감원내 기획조사국·자본시장조사국·금융투자검사국·회계감리국·기업공시국 등 자본시장 관련 부서를 모아 '사모 전환사채 합동대응반'을 운영해 불공정거래, 공시위반 및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조사를 보다 강화할 계획이다.
조사국 3개부서는 혐의점이 뚜렷하거나 부당이득 금액이 높은 중대사건 위주로 우선 조사에 착수하고, 금융투자검사국은 사모 전환사채 매매·중개 과정에서 증권사의 불건전 영업행위 점검을 강화한다.
사모 전환사채 공시제도도 강화한다. 기업공시국과 공시심사실은 전환사채 발행공시, 지분공시 및 주요사항보고서를 집중 심사해 위반 내역을 신속히 조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