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엠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두고 격전이 이어지고 있다. 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이자 방시혁 의장이 이끄는 하이브가 에스엠 최대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넘겨받아 새로운 최대주주로 올라선다.
하이브는 또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이수만 총괄 지분 인수가격(1주당 12만원)과 같은 가격으로 공개매수도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에스엠의 현 경영진인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손을 잡은 카카오가 지분 취득 계획을 밝힌 지 단 3일 만이다.
단숨에 1대주주 된 하이브, 공개매수 카드까지
하이브는 10일 에스엠의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이 보유하고 있는 에스엠 보통주 352만3420주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주식 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하이브는 14.8%의 지분을 넘겨받아 1대 주주로 올라선다. 매입가격은 주당 12만원으로 총 주식 취득 규모는 4228억원. 취득 예정 날짜는 3월6일이다.
또한 하이브는 이수만 총괄의 잔여지분도 향후 추가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 잔여지분에 대해 풋옵션(매수청구권)을 맺었기 때문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율은 18.46%이며, 잔여 지분은 약 4%이다.
동시에 소액주주 대상으로 공개매수도 공식화했다. 하이브는 공개매수를 통해 에스엠 주식을 최대 595만1826주 취득할 계획이다. 발행주식 총수의 25%에 해당한다. 공개매수 가격은 이수만 총괄의 지분 취득 가격과 같은 12만원이다. 공개매수는 10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20일 동안 진행한다. 예상대로 공개매수를 완료하면 하이브의 에스엠 지분율은 39.8%까지 높아진다.
오는 3월 주주총회부터 이수만 총괄의 의결권은 하이브에 위임하기로 했다. 하이브는 주요 계열사인 드림메이커엔터테인먼트와 에스엠브랜드마케팅 등 주요 계열사 지분도 매입할 계획이다.
양사는 역량을 협력해 글로벌 음악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도약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3대 사업 축인 레이블과 솔루션, 플랫폼 등 분야에서 전략적 시너지 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이수만 총괄프로듀서는 이날 공동성명서를 통해 "K팝의 세계화라는 대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각자 축적한 역량을 종합해 레이블과 플랫폼을 필두로 한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강력한 전략적 시너지를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만의 '초강수'... 카카오 vs 하이브 대결구도
하이브가 에스엠 경영권 분쟁에 전환점을 만들면서, '현 경영진-행동주의펀드 얼라인-카카오'와 '이수만 총괄-하이브' 간 구도가 형성됐다.
에스엠의 현 경영진은 지난달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와 이사회 구성 등에 합의한 이후 지난 7일 카카오를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 카카오는 신주 123만주를 인수하고 전환사채(CB)도 1052억원어치(주식전환시 114만주) 취득함으로써 잠재지분 9.05%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이에 이수만 총괄은 법원에 카카오에 대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곧이어 하이브에 지분을 넘기며 예상을 뛰어넘는 맞불 전략을 택했다.
지난해 컴투스가 에스엠 지분 4.2%를 취득하면서 이 총괄프로듀서 측이 우호지분을 보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이번엔 아예 본인 지분을 하이브에 넘기는 '초강수'를 두면서까지 현 경영진과 카카오의 행보에 제동을 건 것이다.
실제로 하이브의 공개매수신고서에는 현 경영진을 겨냥한 문구가 실렸다. 공개매수 목적에 대해 "에스엠이 보유한 다양한 IP와 사업적 기회가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의 분쟁과 지배구조상의 불확실성 하에 훼손되기 전 하이브와 사업적 시너지를 통해 K팝의 세계화라는 공동의 목표로 이어지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까지는 이수만이 하이브로 본인의 지분을 매각할 의지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으나 이사회-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 연합의 압박으로 인해 결국 하이브와 손을 잡은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