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 상장 섬유제조회사 일신방직. 이 회사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의류브랜드 지오다노를 비롯해 초콜릿 브랜드 고디바, 화장품 업체 더 바디샵도 계열사로 가지고 있는데요.
총 발행주식수가 240만주에 불과했던 일신방직은 최근 액면가 5000원을 500원으로 쪼개는 10:1 액면분할을 했죠. 이어 자사주 7만2000주를 소각하기도 했어요. 액면분할과 자사주 소각 뒤 일신방직 총 발행주식수는 10배(2328만주, 주식소각(7만2000주)분 제외)로 늘었어요.
주주 입장에서 보면 총 발행주식수가 늘어 그동안 적었던 거래량이 늘어날 수 있는 여지가 생겼죠. 또 수량이 많지는 않지만 자사주 소각으로 주주가치 제고 효과도 일부 얻었어요.
그런데 액면분할과 자사주 소각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지난 24일 회사는 공개매수를 하겠다고 공시했어요.
▷관련공시: 일신방직 4월 24일 공개매수신고서
▷관련공시: 일신방직 4월 24일 공개매수설명서
공개매수 주체는 일신방직. 즉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자기주식을 공개적으로 되사들이겠다고 발표한 것이죠.
이는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것과 결과적으로 같은 의미예요. 액면분할, 자사주 소각에 이어 다시 한 번 회사가 주주가치 제고 정책을 들고 나온 건데요. 공개매수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볼게요.
총발행주식 5.7% 공개매수하는 일신방직
얼마 전 화제를 모았던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종목명 에스엠) 공개매수. 카카오는 SM엔터 총 발행주식수의 35%(833만3641주)를 공개매수했죠. 보통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하기 때문에 매수수량이 많은 것이 특징인데요.
이와 비교하면 일신방직의 공개매수 수량은 적은 편이에요.
일신방직은 134만주(총 발행주식수의 5.7%)를 공개매수로 사들이겠다고 밝혔어요.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1만5000원으로 25일 기준 일신방직 주가(1만3310원, 종가 기준)와 비교하면 12.7% 높은 수준.
일신방직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3개월, 2개월, 1개월, 1주일, 2월 17일(공개매수결의일 전 영업일)의 가중산술평균주가(해당 기간 거래금액을 총 거래량으로 나눈 가격)를 구해 최소 20.58%에서 최대 41.82%의 프리미엄을 더해 공개매수가를 1만5000원으로 정했어요.
일신방직은 주가가 13만원 대로 많이 오른 시점에 액면분할을 했고 분할 이후 주가도 현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현재보다 더 주가가 오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주주들은 이번 공개매수에 응해 차익을 실현할 수도 있는데요.
다만 매수 수량 자체가 적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하는 주주가 많더라도 모든 주식을 다 매수할 수는 없어요. 이때 회사는 안분배정 원칙에 따라 공개매수에 응한 주식 수에 비례해 매수할 예정이에요.
주가부양, 정보전달 노린 공개매수
이번 공개매수의 주체는 일신방직이에요. 즉 회사가 자신이 발행한 주식을 공개적으로 되사들이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이번 공개매수는 회사가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과 동일해요. 다만 방식의 차이가 있을 뿐이죠.
자사주 매입은 전형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법 중 하나죠. 이론적으로 시장에 거래중인 발행주식수를 줄여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가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
일신방직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공개매수를 한다고 밝혔어요. 회사는 공시를 통해 "지난 2월 7만2000주의 자사주를 소각한데 이어 이번에는 공개매수에 응한 주주들이 가지고 있는 주식을 매수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설명했어요.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점은 굳이 왜 자사주매입이 아닌 공개매수 방식을 선택했느냐는 점이에요. 더욱이 공개매수는 절차가 번거로운데요. 공개매수에 응하려는 주주는 이번 공개매수를 담당하는 대신증권 오프라인 지점에 직접 방문해 신청해야 해요.
이런 번거로운 절차에도 공개매수 방식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는 이유에 대해 일신방직 관계자는 "자사주를 공개매수 방식으로 확보하는 건 주가를 부양하려는 목적"이라고 말했어요.
일신방직이 제시한 공개매수가(1만5000원)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가보다 높아요. 공개매수로 팔면 1만5000원을 받을 수 있으므로 주주들이 시장에 공개매수가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내놓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따라서 향후 주가 흐름이 공개매수가에 근접하게 움직일 가능성을 노린 전략이에요.
실제 공개매수를 진행했던 SM엔터 주가도 하이브의 공개매수 선언 이후 주가가 공개매수가를 뛰어넘기도 했어요. 하이브는 이후 공개매수를 포기했지만, 카카오가 다시 나서서 SM엔터 공개매수를 선언했을 때도 주가가 전날 종가보다 15% 뛰었어요.
회사가 시장에서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에 비해 공개매수 방식으로 자사주를 사들이면 투자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진다는 효과도 있어요. 시장에서 매입하면 언제, 얼마만큼의 자사주를 사들이는지 투자자가 알 수 없어요. 자사주 취득 공시가 나온 후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인지할 뿐이죠.
반면 공개매수 방식으로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식 매입기간과 매입 수량 등을 주주가 사전에 알 수 있어 투자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어요.
다만 일신방직 공개매수는 공개매수 수량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SM엔터 공개매수 사례만큼 주가부양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예요. 수량 자체가 많지 않아 번거롭게 증권사 지점방문을 하면서까지 공개매수에 응할 주주들이 많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죠.
SM엔터는 카카오가 공개매수 공시를 올린 날 주가가 크게 뛰었지만 일신방직은 공개매수를 발표한 지난 24일 주가(종가 기준)는 오히려 전날보다 소폭 떨어졌어요.
어찌됐든 이번 공개매수 선언으로 회사가 주주들에게 보다 명확한 가격과 수량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신호를 준 것은 분명해요.
일신방직은 공개매수로 확보할 자사주를 일단 가지고 있겠다고 밝혔는데요. 추후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공개매수로 확보한 자사주를 소각할지도 지켜봐야 할 내용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