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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업계, 채권ETF 붐에도 낮은 보수에 쓴웃음

  • 2023.06.14(수) 09:00

채권ETF 설정액 올해 5조 늘어..5월에만 1조 유입
낮은 기대수익률·수수료 경쟁 탓 운용보수는 낮아

채권 투자 붐을 타고 지난달에만 국내에 상장된 채권형 상장지수펀드(ETF)에 1조원 넘는 자금이 유입됐다.

덕분에 운용수탁고는 불어났지만 자산운용사들은 마냥 웃기 어렵다. 기대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채권형 ETF는 주식형에 비해 자산운용사가 투자자로부터 받는 운용보수가 적은 탓이다. 통상 채권형 ETF에 설정된 운용보수는 주식형의 10분의 1수준이다. 

/그래픽=비즈워치

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채권형 ETF 83개 설정액(17조8492억원)은 올해 초 대비 5조1213억원 늘었다. 5월에만 1조191억원이 유입됐다.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등의 통화긴축으로 금리 고점론이 확산되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선 채권 ETF 열풍이 불고 있다. 이에 자산운용사들은 앞다퉈 다양한 채권 ETF 라인업을 구축했고 채권형 ETF로 투자금이 대거 쏠렸다.

그러나 정작 자산운용사가 보는 이익은 크지 않다. ETF는 일반 공모펀드에 비해 운용보수가 낮게 책정된 편인데, 채권형 ETF는 기대수익률이 낮아 통상 주식형 ETF보다도 더 적은 운용보수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운용사 간 투자금 유치를 위한 수수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도 운용보수를 끌어내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주식형 운용보수를 보통 30bp(1bp=0.01%포인트)로 설정한다면 채권형은 10분의 1수준"이라며 "채권형은 주식형에 비해 인지도가 낮아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보수를 낮게 설정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ETF 수탁고 손익분기점(BEP) 기준이 기존에는 8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2000억원으로 4배 뛰었다"며 "수수료 경쟁이 그만큼 심화됐음을 뜻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운용보수가 낮은 채권형 ETF가 인기를 끌면서 자산운용사의 수탁고가 늘어났음에도 수수료 이익은 되려 뒷걸음쳤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분기 자산운용사 펀드수탁고는 870조7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4.8% 증가했다. 반면 펀드수수료는 7336억원으로 3.9% 감소했다. 

ETF 설정시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에 부과하는 대차요율을 높이기도 어려운 형국이다. LP는 유통시장에서 매수, 매도 주문을 내 거래량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증권사는 LP 역할을 하기 위해 ETF 운용사에 주식이나 채권 바스켓을 납입하고 ETF를 받아오는데, 이때 대개 주식이나 채권을 ETF 운용사로부터 빌려와 바스켓을 꾸린다. 

운용업계에서는 운용사와 LP간 주식 대차거래시 요율과 한도를 제한하는 규정이 신설됐지만 대차요율을 대폭 조정하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앞서 금투협에서는 지난 3월 '펀드의 증권대차거래 업무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ETF 운용사는 LP와의 대차거래 시 요율과 한도를 설정할 때 투자자 보호를 고려해야 한다는 규정을 마련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차 수익이 펀드에 귀속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낮은 요율은 수익률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높은 대차요율을 설정할 경우 LP 참여가 줄게되고 거래가 미미해져, 결국 일반 투자자가 비싸게 ETF를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대차요율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정해지는데 헷지 등에 쓰이는 주식에 비해 채권의 활용도는 높지 않아 채권형 ETF의 경우 대차요율이 더 낮게 설정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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