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꾸준한 상승세를 보여온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의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세다. 증권가에서는 단기간 저 PBR주의 조정기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실망한 매물이 나올 것으로 분석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 현재 KRX 보험지수, KRX 은행지수, TIGER 지주회사 ETF는 전날보다 각각 2.41%, 0.7%, 1.26% 하락한 가격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 하락세다. 26일 시장에서도 KRX 보험, KRX 은행, TIGER 지주회사는 각각 4.3%, 3.61%, 2.91% 하락했다.
보험·은행주 등 금융주 및 지주회사 종목은 대표적인 저 PBR주로 불린다. 이들 종목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발표를 앞두고 기업가치 개선 기대감 속에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 23일 기준 1개월 동안 KRX 보험, KRX 은행, TIGER 지주회사는 29.7%, 19.3%, 14.2% 급등했다.
증권가에서는 정부가 26일 오전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내용이 시장의 기대치에 못 미쳐자 실망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는 상장사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계획을 연 1회 자율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상장사의 자율적 공시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등 세정지원책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장에서 기대를 모았던 자사주 소각 법인세 혜택, 배당 증가분 세액공제 등 세제지원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김대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번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서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기업을 강제할 수단이 없다는 점과 세부안이 추후에 공개된다는 점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출현했다"며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과도했다는 측면에서 충격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정책과 달리 상장사의 자율성에 크게 의존했고 세제 등 인센티브도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지 못했다"며 "저 PBR주 중심으로 실망 매물이 출회하며 시장이 하락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저 PBR주는 당분간 약세를 보일 것으로 보이지만, 오는 5월 예정된 2차 세미나 등 추가 발표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강진혁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실망 매물 출회로 조정이 나타날 수 있으나 5월 밸류업 2차세미나, 밸류업 ETF 출시 등 시장이 기대감을 이어나갈 만한 이벤트들이 남아 있다"며 "정부가 추후 정책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은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월 들어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6거래일 중 14거래일 동안 순매수했다. 전날에도 외국인은 1147억원 순매수했다.
김대욱 연구원도 "추후 기간 조정이 끝나면 다시 정부가 요구했던 투자지표들인 PBR, ROE, 현금흐름 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저가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