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에 대해 중장기적인 실행은 필수적이라는 데는 입을 모았지만 각론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의견의 엇갈렸다. 일례로 이사회 역할 강화방안 필요하는 의견에 대해 과도한 책임은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상장사 자율에 맡긴 기업 밸류업…구체적 목표수치 없어
금융위원회는 26일 유관기관과 함께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국거래소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세부내용을 발표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거래소는 상장기업이 기업가치를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전담부서를 마련해 기업을 지원하기로 했다.▷관련기사:'기업 밸류업' 상장사 자율에 맡긴다…인센티브로 참여 유도(2월 26일)
발표 이후 이어진 패널토론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현상)를 해소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법이라고 의견을 모았다. 다만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우선 투자자 측에서는 기업에 명확한 목표를 제시해주지 않으면 '자율적'인 가치 제고가 어려울 수 있어 구체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사례처럼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자기자본이익률(ROE) 8% 등 기업의 저평가와 고평가의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주면 기업의 목표 설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수탁자책임실장은 "수익성 지표는 높지만 성장 잠재력이 낮은 기업은 높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데 성장잠재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같이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일본 기업의 밸류업 지원방안 실제 사례를 들며 '자율적' 참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효섭 실장은 "일본 아지노모토사는 PBR, ROE가 아닌 가중평균자본비용(WACC), 투하자본이익률(ROIC)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알렸다"며 "기업의 경영 상황과 성장단계에 따라 PBR, ROE 외에 다양한 지표를 고려해 기업가치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PBR과 ROE를 일정 수치 이상 넘도록 강요하기보다는 기업 스스로 평가한 중요한 지표를 중장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기업의 가치가 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정지헌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는 기업의 자발적 참여 의지가 약해지는 문제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지헌 상무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중요 키워드는 '자발적'으로 기업이 계획을 형식적으로 세우는 등 비자발적으로 참여하면 궁극적인 기업가치 제고는 이루지 못할 것"이라며 "기업 스스로 투자지표, 사업구조 등 현황을 진단하고 개선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인센티브 통해 참여를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세제혜택 필요 제언
거래소가 발표한 기업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인센티브에는 대표적으로 세제 혜택 제공이 있다. 구체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우수기업에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부가·법인세 경정청구 우대, 가업승계 컨설팅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 밝혔다.
학계 전문가들은 상속세 및 증여세 감면을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도 기업의 자발적 참여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을 냈다.
이준서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일본은 PBR 1배 미만인 기업의 세액 과표를 시가가 아닌 장부가로 정해 PBR이 낮다면 과표가 배로 늘어난다"며 "국내 밸류업 지원방안은 인센티브를 강조하는 만큼 기업이 포함한 산업군에서 PBR이 평균보다 높다면 상속·증여세를 감면하는 방안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뿐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세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 주장했다.
이준서 교수는 "연기금 등 장기보유를 목적으로 하는 투자자와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민간투자자의 시각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며 "장기보유에 대한 세제 혜택을 줘 투자자들이 주식을 장기보유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근본적 밸류업 위해 필요하다…이사회 책임론 의견 격돌
인센티브 제공과 함께 기업 경영 전반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이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동섭 국민연금공단 실장은 "밸류업 지원방안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이사회가 직접 관여해야 한다"며 "지속적인 이행을 위해 경영진 보수와 연결시켜 보상위원회가 밸류업의 성과를 보고 임원의 보수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 가치를 높이는 계획을 마련할 때 사외이사도 직접 관여해 특정 주주가 아닌 전체 주주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사회의 책임을 강화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사회 책임이 과해지면 이사가 소극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다"며 "계획 변경시 추가 공시, 목표달성 및 계획이행여부평가를 사후적으로 점검하는데 일련의 과정에서 이사의 책임이 가중될 수 있어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를 통해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은 확정적인 내용은 아니다. 금융 당국은 5월 중 2차 세미나를 열고 세부내용을 확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