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제도 개선 방침을 밝혔던 금융당국이 관련 규정을 개정하면서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전환사채 제도개선 내용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상장사는 전환사채를 다시 사들여 타인에게 되파는 경우 콜옵션(call option) 대상자가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아울러 과도하게 전환가격을 낮추는 리픽싱(refixing)을 통해 기존 주주의 주식가치를 떨어트리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증자나 주식배당 등으로 인한 희석효과까지만 반영해 전환가격을 낮출 수 있도록 했다.
금융위원회는 13일 전환사채 제도개선 내용을 담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이하 증발공 규정)을 13일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월 전환사채 제도개선을 하겠다고 밝혔다. 회사가 돈을 갚고 채권을 다시 사들이는 콜옵션 제도와 전환가격을 조정하는 리픽싱 제도를 개선해 투명성을 높이고 소액주주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콜옵션 대상자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적시
다음달부터 바뀌는 증발공 규정에 따르면 상장사가 전환사채 콜옵션 행사자를 지정하거나 콜옵션을 제3자에게 양도할 경우 '주요사항보고서'에 구체적으로 누가 콜옵션 행사자인지를 밝히도록 의무화했다.
그동안 상장사들은 콜옵션 행사자가 누구인지 공시해야 했지만 대부분은 '회사 또는 회사가 지정하는 자'라고만 언급해왔다. 구체적으로 콜옵션이 누구에게 가는지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콜옵션 행사자가 누군인지에 대한 정보파악이 어려웠다.
아울러 만기 전에 취득한 전환사채를 상장사가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상장사가 만기 전에 전환사채를 취득해 이를 소각하면 추후 주식전환으로 인한 불안함이 해소된다. 하지만 재매각할 경우 기존 주주입장에선 주식전환으로 주식가치가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실상 만기 전에 전환사채를 취득한 후 다시 재매각하면 신규로 전환사채를 발행한 것과 유사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만기 전 전환사채 등 취득 시 주요사항보고서를 통해 왜 만기 전에 전환사채를 취득하는지, 향후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공시하도록 했다.
무분별한 리픽싱 금지…희석효과만 반영해야
대량의 주식전환으로 소액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 우려를 낳는 전환가격 조정, 리픽싱에 대해서도 보다 개선된 조치가 이루어진다.
현행 규정은 시가변동에 따른 리픽싱 최저한도를 최초 전환가격의 70%로 제한하고 있다. 다만 예외적으로 기업 구조조정, 경영정상화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주주총회 특별결의 또는 정관을 통해 70%미만으로도 전환가격을 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예외적인 상황이 아님에도 정관을 이용해 전환가격을 70%밑으로 조정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해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존 주주들은 대량의 주식발행으로 주식가치 희석이라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이번 규정 개정을 통해 정관이 아닌 오직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서만 리픽싱 최저한도에 대한 예외를 적용하도록 했다.
아울러 증자나 주식배당 등으로 전환가격을 조정할 때도 상장사가 이사회 결의로 자유롭게 조정 방법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증자, 주식배당 등으로 전환권 가치가 희석될 경우 희석효과만 반영한 가격 이상으로 조정하도록 제도를 바꿨다.
금융위는 또 사모형태의 전환사채 발행 시 전환가격을 공정하게 반영할 수 있도록 실제 전환사채 납입일이 이루어지는 날을 기준으로 전환가격을 산정하도록 제도를 고쳤다. 사모 전환사채는 이미 누가 전환사채를 사갈지가 정해져 있어 청약일이 의미가 없음에도 일부 상장사들은 납입을 계속 연기하며 시가가 낮아질 때를 골라 전환가격을 정하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이번 제도개선은 금융감독원의 공시시스템 구축 및 공시서식 마련 등 준비를 거쳐 오는 12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