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두고 처음으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인수 시도에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이 원장은 하루 전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고려아연 관련 주제를 발언할 것이란 점을 미리 공지했다. 상세 내용은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지만, 돌발발언이 아닌 철저히 예고된 발언인 셈이다.
이복현 원장은 "그동안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고민했지만,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해 본적이 있었나 생각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장기적으로 길게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5~10년 안에 사업을 정리하는 형태의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산업규모가 총괄로 유지되지 않고, 주요사업을 분리매각하거나 주주가치 훼손이 있지 않은지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이 원장의 발언은 MBK의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를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의 분리) 원칙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는 회사를 인수한 후 투자금 회수를 위해 인수한 회사의 사업부나 주요자산을 쪼개 매각하기도 한다. 또는 높은 배당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보이기도 한다. 이 원장은 사모펀드의 이러한 행태가 고려아연 경영권을 MBK가 인수할 경우 나타날 수도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고려아연은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아야하는 금융회사는 아니다. 다만 경영권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금융당국 수장이 분쟁이 한 축을 사실상 편드는 입장을 내놓은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원장은 그동안 고려아연 분쟁과 관련, 양측의 '경쟁과열'을 지적하며 다소 중립적 스탠스를 취해온데다 금산분리 원칙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다가 갑자기 고민 과제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당국의 의견이 어느정도 모아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최대 분수령인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연기금과 기관투자자의 표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한편 이복현 원장은 MBK와 손을 잡은 영풍에 대해서도 환경오염 관련 회계상 문제점을 언급하며 현재 금감원이 현장조사 착수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복현 원장은 "영풍 측에 환경오염 이슈 관련 손상차손 미인식의 회계상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현재 금감원은 이를 감리로 전환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은 석포제련소 환경오염 논란을 지적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매개수 뒤 결정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인해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혼란이 발생한데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금감원의 목적인 만큼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