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글로벌 투자자들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공시'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내년 상반기 중 관련 공시 기준과 로드맵을 발표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지속가능성 공시 전문가 간담회'를 개최해 지속가능성 공시의 추진일정과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회계기준원,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코트라 등 유관기관과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지속가능성 공시는 1987년 국제기구 유엔(UN)이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기업이 운영 과정에서 얼마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지, 온실가스 배출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투명하게 알리는 방법이다. 유럽연합(EU)이 처음 기후를 중심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를 의무화하는 지침을 마련한 후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도 전세계적으로 통용 가능한 기준을 마련했다.
주요국들은 EU에서 만든 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나 ISSB의 기준을 참조해 지속가능성 공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U 회원국 27국 가운데 12국가가 기후공시 법제화를 완료했으며, 영국과 일본은 내년 1분기 중 주요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 다만, 미국은 지난 3월 SEC가 상장사의 기후공시기준을 발표했으나, 관련 소송 제기로 현재 추진이 보류된 상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다양한 투자자들이 지속가능성 공시의 필요성을 제기한 만큼 이를 반영해 우리 자본시장 내 자금 유입 가능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있다"며 "내년 상반기엔 지속가능성 공시 관련 주요국의 정책 불확실성이 경감될 가능성도 높은 만큼, 우리나라 도입일정도 발표하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부위원장은 "2050 탄소중립 선언 등을 감안할 때, 지속가능금융은 비가역적인 흐름"이라며 "이런 흐름을 고려할 때 기업과 투자자 모두 환경변화로 투자가치가 급락해 부채로 전환될 수 있는 좌초자산 중심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미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상반기 안에 공시기준과 함께 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는 구체적 예시를 담은 가이드라인도 제시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매월 기업 담당자들과 소통 또는 교육을 진행해 실무자들의 이해를 높일 방침이다.
또한 당국은 서스틴베스트, 한국ESG기준원, 한국ESG연구소 등 ESG 평가기관 협의체가 마련한 자율규제인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가 잘 지켜질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국제적으로 지속가능성 공시는 이미 투자자와 글로벌 기업의 필수 요구사항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하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요구는 정부 정책의 방향과 무관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스코프3(협력업체 등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 관련 규제)은 기업 부담이 큰 만큼 관계사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책공시를 공시기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제안과 함께, 도입 초기엔 제재·손해배상책임 등에 있어 폭넓은 면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회계기준원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의 성공적인 연착륙을 위해 중요성에 대한 판단기준을 구체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주기적인 온, 오프라인 교육으로 기업들의 공시 이행을 지원할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는 한국회계기준원과 함께 지속가능성 공시를 준비하는 기업을 지원하고, 국내 ESG 평가업체의 가이던스 이행도 점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