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주환원 정책의 일환으로 자사주 매입이 큰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미국 시장에서는 자사주 매입이 이미 주주환원 정책으로 일반화되어 있어, 그 빈도나 규모가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다고 합니다.
실제로 지난 4월에는 알파벳(구글)이 7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고요. 5월에는 애플이 무려 1000억달러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밖에 4월에 브로드컴이 100억달러, 7월에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각각 500억달러와 400억달러, 8월에는 엔비디아가 6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사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8월말까지 미국 주요 기업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계획을 모아보면 1조달러, 우리돈 약 1391조원(9월 5일 환율 기준)에 이르는데요.
우리나라 코스피시장 전체 시가총액이 8월말 기준 2300조원 정도이니까 그 절반보다도 많은 금액이고요. 알파벳의 자사주 매입 규모인 700억달러(97조4600억원)만 떼어보아도 우리나라 시총 3위인 LG에너지솔루션 시총(80조3200억원)을 훌쩍 뛰어 넘습니다.
애플의 경우 거의 매년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2021년~2023년에 매년 900억달러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고, 지난해 5월에는 1100억달러로 미국 상장사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해 주목받았습니다.

매입할 때 '소각'한다고 밝히는지 확인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하면 전체 유통되는 주식의 수가 줄어들어서 주당 가치가 올라가고, 그래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효과가 있는데요.
하지만 회사가 반드시 주주를 위한 선택만 하지는 않습니다. 잉여 현금이 많지만 투자처가 마땅치 않을 때 자본관리를 위해 자사주 매입을 활용하기도 하고요. 유통주식을 줄여서 적대적 인수(M&A)의 가능성을 낮추는 방어용으로 활용하거나 스톡옵션 등 임직원 보상용으로 충당하려고 매입하는 경우도 있죠.
실제로 애플과 알파벳의 올해 대규모 자사주 매입은 강력한 회계실적에 따른 주주보상형태로 보고 있지만, 엔비디아의 최근 자사주 매입은 대규모 현금을 활용할 투자처를 찾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받습니다.
자사주는 매입 후 소각하는지도 중요한데요.
매입하면 즉시 유통주식에서 제외하지만, 이후에 소각하지 않으면 다시 시중에 유통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공시에서는 'retired' 또는 'constructively retired'라고 법적, 회계적인 퇴출을 의미하는 '소각'을 명확하게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알파벳, 메타, 월마트 등이 모두 최근 자사주 매입공시에서 '매입 즉시 소각한다'고 밝히고 있죠.
물론 매입 후 즉시 소각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허쉬와 코카콜라 등이 지난해 자사주 매입 후 직원보상 등에 활용한 것이 대표적입니다.자사주 매입 후 주가 오르는 경향, 투자 기업 IR확인해야
자사주 매입은 일반적으로 주가상승으로 이어지는데요.
메타는 2024년 2월 1일 500억달러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는데 이날 애프터마켓에서 주가가 16% 뛰었고요. 다음날에는 20% 올랐습니다.
알파벳도 지난해 4월 25일과 올해 4월 24일에 각각 700억달러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지난해에는 당일 애프터마켓에서만 16% 올랐고, 올해는 애프터마켓에서 5%, 다음날 3%가 뛰었습니다.
하지만 반드시 꼭 주가가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주가라는 것이 자사주 매입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니까요.
애플만 하더라도 지난해 110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공시 후에는 애프터마켓에서 최대 8%까지 주가가 뛰었는데요. 올해 1000억달러 자사주 매입 발표 후에는 애프터마켓에서 4%가 빠졌고, 다음날에도 5%가 하락했습니다. 마침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던 시점과 겹쳤기 때문이죠.
자사주 매입계획은 반드시 거래소 공시를 통해서만 알 수 있는 것은 아닌데요. 기업의 IR 자료나 실적발표문, 컨퍼런스콜 등을 통해서도 계획이 언급될 수 있습니다.
보통은 실적자료에 "이사회가 OO억달러 자사주 매입 승인"이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고요. 분기나 연차보고서에서는 월별로 실제 자사주 매입 집행수량과 가격, 남은 한도 등을 공시합니다.
가장 빨리 확인하고 싶다면 자신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의 IR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것이 좋은데요. 대부분 기업들이 실적발표 시간에 자료를 즉시 배포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