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는 팬택이 엎친데 덮친격으로 휴대폰 판매길 까지 막히는 '암초'에 부딪힌다. 정부가 '보조금 대란'을 일으킨 이동통신사에 대해 영업정지 제재를 내릴 예정인데, 이로 인한 불똥이 팬택에 옮겨붙을 전망이다. 이 경우 한 달 이상 휴대폰 판매에 영향을 받는데다 신제품 출시 일정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5일 팬택과 업계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이날 오후 여의도 본점에서 제1차 채권금융기관 협의회를 열고 팬택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논의한다. 업계에서는 채권은행들이 별다른 이견이 없어 팬택 워크아웃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워크아웃을 개시하면 팬택은 강도높은 경영 혁신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또 한번 겪어야 한다.
팬택측이 이보다 훨씬 우려하는 것은 이통사 영업정지로 인한 후폭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보조금 대란'을 일으킨 이통사에 최소 45일 이상 영업을 정지시키면서 신규 가입은 물론 번호이동·기기변경까지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조만간 이동통신3사가 돌아가면서 영업정지 명령을 받아 휴대폰 판매에 지장이 생기면 팬택 같은 중형 제조사가 직격탄을 맞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나마 해외 수출로 영업정지 여파에서 한발 물러날 수 있으나 내수 비중이 절대적인 팬택의 경우 심각한 타격이 예고된다. 팬택은 작년말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국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로 하고 수익성이 떨어지는 해외사업은 과감히 정리했다.
신제품 출시 일정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팬택은 내달 '베가 아이언' 후속 제품을 내놓을 계획인데 공교롭게도 이통사 영업정지 기간과 겹치면서 일정 조정 등이 불가피해졌다. '베가 아이언2'는 팬택의 올 상반기 실적을 책임질 전략 제품이다. 벼랑 끝에 몰린 팬택의 마지막 반전 카드이기도 하다.
팬택 관계자는 "스마트폰 특성상 한 두달 판매가 늦어지면 곧바로 구형폰으로 전락한다"며 "워크아웃보다 이통사 영업정지로 인해 판매 활로가 막히는 것이 더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서도 보조금 대란의 주범인 이통사보다 제조사나 휴대폰 판매점 등이 영업정지로 인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일선 휴대폰 대리점과 판매점 상인들의 연합체인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측은 "장기 영업정지는 휴대폰 생태계를 한 순간에 몰살시키는 살인적 만행"이라며 "유통 생태계의 몰락과 대량 청년 실업으로 그 파장이 예고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작 이통사는 영업정지 기간 동안 마케팅 비용을 아낄 수 있어 오히려 수익구조가 개선되는 등 호재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박종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에 순차적으로 실시될 영업정지는 단독 영업정지보다 가입자 이탈 규모가 크지 않아 이통사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된다"라며 "기기변경마저 제한된다면 마케팅 경쟁 완화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