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승인여부를 위한 규제기관 심사를 앞두고, 승인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가장 반대하는 곳은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다. 정의당을 비롯해 참여연대·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진보성향 정치권·시민단체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반면 SK텔레콤은 공식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반대논리에 잘못 맞설 경우 합병심사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17일 포문은 서강대학교 법과시장경제센터 정책세미나가 열었다. 서강대 법과시장경제센터는 이날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에서 '방송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방안'을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열고, SK텔레콤-CJ헬로비전 합병문제를 분석했다.
◇학술세미나, 합병문제 지적해
주제발표에 나선 신민수 한양대 교수(경영학)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결합판매는 경쟁 제한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시장혁신 및 후생저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면서 "결합시장 공정경쟁 훼손여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를 인용 "지배적 사업자가 지배력이 높은 상품과 다른 상품을 결합판매하는 경우, 다른 시장으로 지배력이 전이될 수 있고 기존 지배력도 유지·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결합상품은 소비자의 전환비용 증대, 소비자 선택권 제한, 이용자 차별 등의 문제점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 상품을 위주로 한 결합상품이 주요 상품인 시장에서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이 결합상품을 통해 방송서비스 시장으로까지 급속히 전이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특히 "결합상품은 요금측면에서 소비자후생이 크다고도 말하지만, 요금경쟁 이슈로 지배력전이 문제가 후순위로 밀려난 것"이라며 "현 시점에선 규제기관이 이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규제기관이 SK텔레콤-하나로텔레콤 합병시에도 지배력 전이 조건을 달았지만, 당시엔 초고속인터넷 재판매 및 IPTV 위탁판매를 통한 결합판매, 이동 다회선과 유선·방송결합, 무선이 경쟁의 중심으로 전환된 상황을 고려하지 못했던 만큼 앞으로 이 같은 정책실패가 되풀이 되어선 안된다는 설명이다.
강병민 경희대 교수(경영학)도 SK텔레콤의 지배력 전이를 우려했다.
강 교수는 "SK텔레콤의 공격적인 초고속인터넷 재판매에 힘입어 SK브로드밴드는 전년보다 큰 매출 감소(전년비 3.2%↓)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오히려 20.2% 증가한 반면, 경쟁사들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결합판매 시장에서도 SK텔레콤의 결합상품 점유율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이동통신점유율 50%에 수렴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SK텔레콤 지배력을 전방위로 확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또 "SK텔레콤의 결합상품은 소비자 가입전환을 어렵게 해 현재의 점유율 유지에 용이하며,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 경쟁사 수익성을 악화시켜 결국 이동통신시장까지 경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결합판매를 통해 이동시장지배력을 유지·강화시킬 것"이라면서 "현행 결합상품 심사기준은 이동통신 지배력 전이의 폐해를 막기에 역부족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주제발표자로 나선 홍대식 서강대 교수(법학)는 통신시장 경쟁촉진 법에서 '시장 영향력을 가진 사업자' 개념을 제시했다.
홍 교수는 "사전규제 대상으로 지정되는 사업자 개념에 `시장영향력을 가진 사업자`를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면서 "요금인가제가 폐지되면 소매단계에 적용될 수 있는 규제수단이 없어지는 만큼, 향후 규제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안적 규제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또 "결합판매를 포함한 이용약관 인가제가 폐지될 경우 공정경쟁 저해를 막을 사전규제가 후퇴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후규제의 충실화와 사전규제를 담당하는 미래부, 사후규제를 담당하는 방통위의 업무협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의당 토론회, KT·LGU+ 입장발표 나서
정의당은 이날 오후 국회본청에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 어떻게 볼 것인가' 긴급현안 토론회를 통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유선방송 1위와 통신 1위간 결합은 미디어 시장을 크게 뒤흔들 것"이라면서 "방송을 끼워넣기 상품으로 전락시킬 것이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재벌의 방송시장 진입과 통신사의 직사채널 사용은 법 위반"이라면서 "만일 지배적 사업자가 언론을 독과점하려면 정부가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산업적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만 보지 말고, 방송의 공공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어 토론회 주제발표자로 나온 김영섭 한국외대 박사는 "IMT 외환위기 이후 정부가 케이블시장내 재무적투자자 진입을 허용했는데, 여러가지 문제점을 야기했다"면서 "이제는 전략적투자자인 SK텔레콤이 케이블기업을 인수하기 전 정부는 재무적 투자자가 망친 시장상황을 어떻게 정상화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책철학을 우선 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또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시 합산점유율로만 보면 33% 초과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상당한 지배력이 나온다"면서 "때문에 인수를 허용하더라도 인수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직사채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결합과 약정할인으로 케이블TV 가입자가 이통 및 결합상품 가입자로 옮겨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배력 전이를 우려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선우 KT스카이라이프 정책협력실장은 양사 합병을 위한 전제조건을 요구했다.
김 실장은 "이동전화 시장에서의 지배적 사업자 인수합병의 경우 전국 기준의 합산규제만 볼 것이 아니라 지역별 SO 규제를 넣어야 하며, IPTV가 케이블TV 인수시 보도기능도 금지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배력 전이를 통한 방송상품 저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과 유료방송 결합판매에 대한 규제를 강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박형일 LG유플러스 상무도 "IPTV 사업자가 자연스럽게 지역 성격의 케이블TV를 아무 조건없이 인수하는 것은 방송 공공성·지역성에 위험요소"라고 지적한 뒤 "이번 합병은 정부가 추진했던 알뜰폰, 제4이통 등 통신시장경쟁 유도도 저해한다"고 밝혔다. 박 상무는 "SK텔레콤이 지금껏 해왔던 전략은 지배력을 통한 결합상품 유인"이라면서 "결합상품 인가지침은 있지만 경쟁제한성에 대한 요금판단 기준이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SK텔레콤은 지배력 전이에 대한 상반된 연구결과를 내세우면서 반론을 제시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지난 10월 ETRI는 '방송통신서비스 결합판매와 시장지배력 전이 분석' 보고서를 통해 "유선전화와 이동전화는 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이 낮은 반면,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는 KT의 경쟁우위가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을 통해 유료 방송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ETRI는 "유선전화와 이동전화 시장의 지배적사업자인 KT와 SK텔레콤은 결합판매 도입 후 소매시장 점유율이 확대되지 않은 반면, 각 시장의 후발사업자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는 추세이므로 시장지배력 전이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유선전화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KT의 유선전화 결합상품 시장점유율은 증가하나 단품시장의 점유율은 감소하고 있어서 유선전화 단품시장에서 결합상품 시장으로의 지배력 전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
단품 가입율이 약 80%(2013년 기준)수준인 이동전화 시장의 경우 SK텔레콤의 단품시장 점유율이 지속 하락 추세며, 결합상품 시장 점유율이 이보다 낮은 상황으로 이동전화 결합상품을 통한 지배력 전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했다.